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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학교에 비정규직이 10만 명

편집국 기자 입력 2005.11.09 00:00 수정 0000.00.00 00:00

김종인(시인·김천여고 교사)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500만 명이 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전국의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정말 경악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교무보조원이 가장 하기 싫은 일은 교장, 교감 선생님의 커피타기입니다. 그러나 밥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일 미운 것은 담당 교사예요, 저를 마치 하인 대하듯 하니까요.”? “교육청에서는 우리를 1년짜리 단순계약직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근무하고 재계약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계약 만료에 의한 계약 해지'입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한마디로 '짤리지' 않기 위해 계약서상에 온갖 부당한 내용을 넣어도 감수해야만 합니다. 2004년도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내려온 지침은 더 더욱 황당합니다. 일용 단가를 올려주는 대신에 근무 일수를 조정해서 365일로 나눠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는 비정규직 사람들의 항변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GDP 대비 6%의 교육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교육재정 규모를 매년 0.26%씩 증액해 2007년에 GDP 6% 수준을 확보한다고 했지만, 교육 재정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교육재정 규모의 감축은 다양한 교육 여건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은 올해 88.5%로 2004년 89.2%보다 오히려 0.7% 포인트 하락했으며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동안 매년 초등학교 4000명, 중학교 1만 500명, 고등학교 9500명 등 2만 4000명씩 총 9만 6000명의 교사를 늘려 2008년 교원법정정원확보율을 100%로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한 계획을 무색하게 한다. 특히 이 확보율은 최근 10년간 5%나 감소한 것이며, 그 결과 수업 시수에서는 평균 3시간 이상 교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교육재정 규모의 감축에 비례해서 학교 현장의 비정규직은 급증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가 1만 2천여 명, 전업 시간 강사가 1만 1천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조리사 조리보조원이 4만여 명, 교무, 실습 보조원이 1만 8천여 명, 회계 직원, 사립학교 비정규직을 포함하면 학교 내 비정규직은 전국에 10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해 이미경 의원의 조사에서 '학교 내 비정규직의 저임금 문제는 무척 심각하여 노동부 고시 최저생계비(102만원)의 64% 수준인 65만 7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교 급식 조리 보조원의 경우 월 평균 급여는 57.5만원에 불과해 방학 기간이 무임인 점을 감안하면 1년 평균 월 급여가 최저 임금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2003년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응답자 22.4%에 달하는 학교 급식 보조 조리원들이 '방학 때 빚으로 생활한다'고 대답해 큰 충격을 주었다.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비정규법안”은 기업주가 쓰고 싶을 때는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는 사용자가 알아서 하도록 권한을 사용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더구나 교육부에는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담당할 변변한 부서조차 없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며,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에 이르는 관리지침조차 일관되게 마련돼 있지 않다. 학교 내 비정규직의 실태를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통합적인 부서가 만들어져야 하고, 전국적인 동일 근무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진정 학교 교육의 개혁을 바라고 학교 현장의 교육 황폐화를 걱정한다면 학교 내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교원의 법정 정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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