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외길 15년을 한결같이”
고요한 적막을 깨고 들려오는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 새벽을 달리는 사람 유호상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내 안미영(38세)씨가 야쿠르트와 과일 등을 넣어 음료를 만들고 있다.
유호상(40세)씨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내가 믹서기를 돌리고 있으니 아직 새벽 4시가 좀 못되었을 것이다.
아내가 내미는 음료를 마시고 나니 남아 있던 잠이 모두 달아났다. 유호상씨는 새벽일을 나가는 자신을 위해 늘 음료를 준비해 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아내의 얼굴을 뒤로 하고 동아일보 김천 북부지국으로 나갔다.
새벽 4시.
신문이 벌써 지국에 도착해 있다. 유호상씨는 서둘러 신문분류 작업을 시작했다. 곧 배달원들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전에 분류를 마쳐야 한다.
정신없이 분류를 마치자 20명의 직원들이 신문을 가지고 각자의 구역으로 출발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호상씨의 얼굴에 근심이 서려있다.
직원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것이다. 유호상씨 자신도 배달을 하다가 여러 번 다친 적이 있고 심지어 거꾸로 처박히기도 했다.
눈비 오는 날은 더 힘들다. 눈이 오면 미끌어질까 걱정이고 비가 오면 신문이 비에 젖을까 걱정이다. 비 오는 날은 비닐작업까지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한 두시간씩 일찍 나온다. 모두에게 힘들어진다.
하지만 몸이 힘든 건 견딜 수 있다. 오토바이가 망가지는 것도 견딜 수 있다. 직원들이 무사히 배달만 마치면 그걸로 만족이다.
새벽 배달이 끝나는 오전 7시면 직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서둘러 아침 한술 뜨고 잠시 눈을 붙인 다음 다시 지국으로 나간다.
지금부터는 독자 관리시간이다. 독자 관리시간은 유호상씨가 밤 11시 잠자리에 들때까지 계속된다.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휴대폰 소리.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하지만 유호상씨는 15년간 해 온 지금의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 정확하게 동아일보를 배달해야 한다는 것이 신조다. 이제는 죽어서도 동아일보맨이 되고 싶다는 유호상씨.
오늘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지국의 불을 밝힌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직원들과 동아일보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