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박순악씨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김천시지회 박순악 수석부회장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비장애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박순악(49세)씨에게 허리디스크 수술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을 의미했다.
“허리디스크 수술 중 문제가 발생해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무서웠죠.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 저에게 장애란 정말 답이 없는 문제와도 같았어요. 그때 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 바로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김천시지회에요.”
처음 장애인 협회에서 그녀가 접한 것은 버스를 타고 단체로 견학을 가는 일이였다. 그렇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박순악씨는 새 삶에 적응할 수 있었다.
“어떤 분들은 협회에서 하고 있는 견학 프로그램을 보고 ‘견학 핑계로 놀자는 것’, ‘돈 낭비를 한다’며 곱지 않게 보기도 하지만 견학 프로그램의 효과는 아주 크답니다. 저 역시 장애인이 된 후 숨으려고만 했어요. 하지만 견학 프로그램들을 통해 저 보다 더하거나 덜한 분들을 보며 많은 변화를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이렇게 제 삶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고 있죠.”
그녀가 장애인 협회에서 하고 있는 일은 새 회원을 모집하고 정부시책을 장애인들에게 전달하는 등 장애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든 일을이다. 물론 보수도 없는 자원봉사다.
“많은 장애인들이 정부시책에 대해 잘 몰라요. 그래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도 알지 못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죠. 특히 2005년도에 의료보험법이 바뀌면서 전동휠체어 비용을 지원해 주기 시작했어요. 정말 기뻤어요. 박선하 지회장님이 ‘이건 정부시책 중 가장 잘한 일이며 혁명’이라고 소리칠 때는 눈물이 났을 정도니까요. 저와 협회 위원들은 시책이 적용되던 그날부터 한 대라도 더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회원은 물론 회원이 아닌 분들까지 열심히 찾아다녔죠.”
그도 그럴 것이 정부시책이 마련되기 전 박순악씨를 비롯한 협회 임원들의 마음고생은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주변에 도움이 없이는 집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해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회원들을 보며 전동스쿠터를 마련해 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대당 평균 160만원 선의 전동스쿠터의 가격을 모두 부담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스쿠터 한 대를 지원 받기위해서는 정말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 곳 저곳에서 확인을 거쳐야하지만 마련해 줄 길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옛날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단어조차 기억나지 않아요.”
앞으로 박순악씨가 바라는 일은 두 가지이다. 개인적으로는 전국장애인체전 역도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일이고 대외적으로는 협회가 더욱 더 발전해서 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정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