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 올 수없는 그 자리..............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고(故) 장지현 과장님!
훤칠한 키에 날카롭지만 늘 조용하고 당당하던 모습과 다정한 음성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도 황망히 가실 줄 진정 몰랐습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란 말입니까? 아흔이 다 된 노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그토록 아끼시던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을 남겨두고 정녕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과장님께서는 1952년 우리시 삼산의 하나인 대덕산 밑 대덕면 덕산리 온배미에서 태어나시어 지례중학교와 부산 배정고를 졸업하시고 1977년 고향인 대덕면에 초임발령을 받은 이래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기까지 31년간 이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김천시 공무원으로 재직해 오셨습니다. 그야말로 청춘을, 인생의 황금기를 공직자로서 지방행정 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다 바치셨습니다.
우리 행정이 격동의 파고를 헤쳐 나가던 전환기에 바람직한 공무원상을 솔선수범하여 실천해 주신 지방행정의 표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항상 중용의 도를 바탕으로 과욕을 경계하시던 과장님께서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성품으로 먼저 현장을 찾아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시고 완벽을 추구하셨으며, 우리들의 진정한 선배공무원으로서 모범이 되셨습니다.
과장님께서는 내무과, 기획감사담당관실, 새마을체육과, 농축산과, 문화공보담당관실 등 요직을 두루 거치시면서 많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특히 김천시민대종은 과장님의 주도적인 노력 끝에 김천시의 상징으로 삼락벌에 우뚝 서 있으며, 초대 시립도서관장을 맡아 전국 최우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마련하셨습니다.
대항면장과 문화공보담당관을 거쳐 환경관리과장으로 재직하시던 지난 3월 1일 새벽 코오롱유화 김천공장 화재시에는 발 빠른 판단과 조치로 대광천에 둑을 쌓아 페놀유출을 막으셨으며, 이후 보름간 전 직원과 함께 밤낮 없는 오염 정화작업으로 낙동강 1천만 주민의 식수원 오염을 막아 내셨습니다. 만약 페놀이 감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갔다면 김천은 두고두고 큰 오명을 남겼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장님은 김천을 최악의 오명에서 건져낸 우리의 작은 영웅이었지만 스스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하셨습니다.
좀 쉬시면서 건강을 챙기시라고 말씀드리면 “직원들도 휴일도 없이 야근을 하는데 나만 쉴 수 있느냐”면서 반문하셨죠? 만날 때마다 그토록 좋아하셨던 커피와 담배를 권하면서 “사고수습이 끝나면 정말 좀 쉬어야 겠다”고 하시더니만 이제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시다니 정말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항상 “일복이 많다”고 푸념하시면서도 “일복도 오복다음에 하나”라면서 불평없이 주어진 업무에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셨으며, 그 바쁜 와중에도 주경야독으로 2004년에는 상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는 향학열로 후배 공무원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고(故) 장지현 과장님!
아니 형님!
언제나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시고 챙겨 주시고, 친구처럼 막역하게 대해 주셨는데...
기억하고 계시겠죠? 잊지 않으시겠죠?
등산이 좋아 오래 전에 손수 만드신 “푸른산악회”는 빠쁜 시간을 쪼개 다닌 덕분으로 이제 전국 유명한 산은 거의 다 함께 다니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좀 자주 산에 가자시더니 연초 팔공산 산행이 함께 한 마지막 산행이 되고 말았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제주도 여행, 새벽 포구에서 밤새 낚아 온 갈치 1상자를 사와서 세끼를 굽고, 끓여 먹고도 그렇게 갈치 맛이 좋다시면서 다시한번 더 가자시더니 이제 함께 할 수 없는 과장님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마지막 여행이 된 베트남 ․ 캄보디아 부부동반 여행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작년에 퇴임 후 소일거리라면서 포도밭을 마련하시고는 얼마나 좋아하셨습니까? 저수지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그 집은 누가 짓고 포도밭은 누가 돌보란 말입니까?
“올해부터는 여행이나 함께 다니자”고 해 놓으시고 이렇게 먼 나라로 홀로 긴 여행을 떠나시다니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평생을 부모님께 효도하시면서 만나면 늘 노부모님 걱정만 하시더니 어찌 이렇게 한번의 큰 불효를 저지르셨단 말입니까?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지방행정인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혜안과 경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데 세상 저편으로 훌쩍 떠나신 과장님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미어집니다.
고(故) 장지현 과장님!
남아있는 저희는 안분지족의 정신으로 평생을 후회없이 살다 가신 과장님의 유덕을 받들어 풍요롭고 살기 좋은 김천을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과장님을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합니다.
부디 힘들었던 시절의 무거운 짐 벗어 놓으시고 이제 편히 쉬십시오.
고(故) 장지현 과장님!
부디 좋은 곳으로 잘 가십시오.
그곳에서 그토록 갈망하시던 김천발전과 항상 걱정하시던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을 지켜봐 주시고 인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 손 모아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8년 5월4일
김천시 총무과 시정담당
이 종 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