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 - 이정자 문예창작반수강생
“배움엔 분야·나이가 없어요”
▲ 문화원 문예창작반 교실에서...
2년간을 문화원 앞을 서성이다 3년 전에야 문예창작반의 문을 두드렸다는 이정자(69세)할머니.
물론 예전부터 서예를 공부하는 등 평소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그녀지만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분야인 시를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84년에 서예를 시작했고 바깥양반이 정년퇴임한 98년부터 함께 본격적으로 서예를 공부하면서 서울예술의 전당에서 실시한 서예대회에서 상을 탈 만큼 무슨 일을 시작하면 자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지요. 하지만 시 공부만은 그리 쉽지는 않더라구요.”
3년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공부 했지만 아직 자신이 살아온 삶을 그대로 옮겨 적는 수준일 뿐이라고 멋쩍어하시는 이할머니.
배운다는 것은 그걸 하면서 느끼는 기쁨만으로도 좋지만 여러 가지 부수적인 선물들이 따라온다고 한다.
시를 배우고 작년 말 문화원에서 실시한 가훈글짓기에서 작은 상을 타기도 하고, 자신이 쓴 글이 노인복지회관에서 발행하는 나눌 샘 책자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며 이 할머니는 크리스마스 날 아침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행복만큼이나 기뻤다고 한다.
“시를 배우면서도 받은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시 뿐만이 아니라 배운다는 것은 정말 많은 이득을 가져와요. 서예를 하면서는 지식은 물론이고 우리 박노근(남편. 72세)씨와 데이트를 즐길 수 있고 컴퓨터를 배우니 손자들과 이메일을 즐기며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 주기도 하더라구요.”
최근에는 귀천교육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저 세상가는 것과 관련된 모든 방법과 절차, 장묘문화 등을 공부하는 천주교 신도들이 받는 교육이라고 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귀도 눈도 어둡고 언제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방법을 미리알고 준비를 한다면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조금이나마 편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으로 귀천교육에 참가한 것은 아니에요.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은 다른 면에서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젊은 시절 자식 키우고 돈 벌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시간이 없어다는 이할머니. 지금도 배우고 싶은 것에 비해 시간이 모자라지만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끝없이 배우고 또 배우고 싶다. 물론 더 내공을 쌓아 자신이 살아온 모습들을 시로 옮길 수 있는 날을 꿈꾸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