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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7.10.29 18:50 수정 2017.10.29 06:50

이태옥(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

ⓒ 김천신문
 프랑스 말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것이 있다. 고귀한 신분에는 그에 합당한 의무가 따른다는 말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그 신분에 맞는 덕을 갖춰야 마땅하며 걸맞은 사명이 따르고 고귀한 신분에는 그만한 의무가 수반한다는 뜻이다. 부자나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보통사람보다는 더 많은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이처럼 자기 위치에 맞는 책무를 다하는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서양에만 이런 정신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양에서도 일찍이 선비정신이 있었다. 논어의 ‘자장편’에 “선비는 나라가 위태로운 것을 보면 생명을 바쳐 싸우고 이득을 보면 그것이 의로우냐 의롭지 않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 논어의 ‘태백편’에 증자는 말한다. “선비는 인의 실천을 위해서 죽는 날까지 힘써야 하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먼 길을 가는 사람과 같다. 그러므로 선비는 마음이 넓고 뜻이 굳세어야 한다”라고 했다. 나라를 위하고 선을 위해서 살신성인하는 것이 선비정신의 근본이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나 우리의 선비정신이나 모두가 같은 나라 사랑이고 백성을 위하는 상류층의 도덕적 정신무장이다. 이 정신이 그대로 발현된 것이 세계 1·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였다. 그때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캠브리지대의 학생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었다. 한국전이 발발했을 때에 미국의 정치인과 장군의 아들이 142명 참전하고 35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 참전하였고 미8군사령관 워커 중장의 아들이 참전했으며 미8군사령관 벤프리트 장군의 아들은 참전하여 실종되었다. 남의 나라 전쟁에 아들을 참전시킨 정신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우리의 선비정신이 그랬고 화랑정신이 그랬다. 신라의 화랑 관창이 끝까지 자신을 휘생하여 신라를 구했고 안중근 의사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라를 위해 산화했다.

지난 번 장관들의 청문회에 그들 자제의 병력비리를 보면서 우리의 화랑정신과 선비정신의 실종을 무엇으로 해명될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상관없는 걸까. 이 나라의 정신은 무얼까. 권력을 이용하여 법을 악용하고 투기나 일삼고 남이 모르는 정보로서 사리사욕을 취하고 자기 가정의 안일만 일삼는 이 작태 속에서 무슨 정신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고위층이 더 많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남이하면 불륜이요 내가하면 로멘스”라고 비꼬는 말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도자들의 정신이 그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정신의 재무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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