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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종합

시론-점심을 기다리는 시니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8.02.07 20:43 수정 2018.02.07 08:43

류성무(수필가·가메실경로당 회장)

ⓒ 김천신문
노인종합복지관 점심시간이면 식권을 사가지고 줄을 섰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망구를 바라보는 시니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무표정한 얼굴들로 말없이 배식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배식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같은 생각이라고 할 수 있으나 거친 세파에 주름 잡힌 얼굴, 파란만장했던 인생살이에 서리 맞은 백발은 장한 인생의 값진 계급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인생 역정이 말해주는 면면에는 점심을 기다리면서도 하염없이 앞을 바라보는 얼굴들의 표정은 세월의 파도에 밀려 육신은 이미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고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은 하나둘씩 불귀의 객으로 사라지고 있는 이때에 정신은 자꾸 혼미해져가는 황혼 길에 오감의 기능은 쇠퇴해져 가고 체력도 소진되어 근력이 떨어져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사회생활에도 소외와 배타 불수용으로 고독, 불안, 공포, 우울로 자신을 비관하고 체념하면서 드디어 자살의 문턱까지 가는 실상을 간간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시니어들의 지난 삶이란 일제중엽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어렵게 자라나 꽃다운 청년기에 징병에 끌려갔다. 조국광복은 되었으나 국토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6·25전쟁의 비극과 평화를 체험한 호국세대이다.

호구지책으로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보릿고개와 말 못할 가난을 겪으면서 경제성장을 이룩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일제강점기와 같은 격동기를 극복하면서 경제개발의 향도였으며 새마을사업의 기수이기도 하다.

그 뿐만 아니라 60년대 식량난이 극심할 때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였던 식량지급을 이룩한 주역이며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오늘의 시니어들이다.
또한 자신이 못 배우고 가난한 것에 한이 맺혀 자식만은 그렇지 않아야 하기에 허리끈을 졸라매고 헐벗고 굶주려가면서 논 팔아 소 팔아(우골탑) 가르쳐서 출세시켜 놨더니 산업화의 핵가족으로 뿔뿔이 제 갈 길로 떠나 버렸다.

이리하여 3막 인생인 지금의 시니어들은 빈고, 병고, 독고, 무위고의 4대고를 겪고 있으며 특히 독고, 무위고로 인한 고독사는 사회문제에 앞서 국가적으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과제이다.

빈고와 병고는 그나마 국가의 복지정책이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향상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48%의 노부부 가정과 105만명이 넘는 독거노인에 대해서는 대책이 시급한 문제이다.
이제 파란만장했던 고된 짐을 떨쳐버리고 형극의 길을 걸어 온 시니어들에게 권하고 싶은 다섯 가지 외침은 쓰자, 놀자, 걷자, 베풀자, 사랑하자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이제는 얽매인 삶을 다 풀어놓고 가야한다. 가는 순서 따로 없으니 남녀 구분 없이 친구만나 취미생활 마음껏 다하며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살아가야겠다.

한 많은 인생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날 적에 돈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가져갈 것 하나 없는 빈손인 것을!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고 다 쓰고 쥐꼬리만큼 남은 돈 있으면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다 쓰고 가야하리라.

시니어의 네 가지 키워드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은 일, 희망, 꿈이 있어야 한다.
“일이 바쁘면 늙을 여가가 없고 먹고 살기 위해서 바쁘면 죽을 여가가 없다”는 말은 내가 만든 신조어이다. 일이 없으면 산송장이며 일하다가 너무 오래 쉬면 병이 난다고 한다. 할 일이 없어 외롭고 고독한 것은 고문이라고 했다. 일을 하면 맑은 공기에 산소를 마음껏 흡수하므로 고위도에 사는 사람은 산소를 흡수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정신건강에도 좋고 병도 잘 치유되며 장수한다고 한다. 그러니 시간만 있으면 숲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운동이다. 노인 운동은 다동(多動)이라 했다. 걷기운동과 스트레칭, 목욕을 자주하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셋째, 전인건강으로 육체건강 50%, 정신건강 50%로 매사에 긍정적이고 웃음, 노래, 사랑으로 보내야 한다.

넷째, 친구를 많이 사귀고 여행을 자주하며 사회적인 활동과 생산적인 활동을 계속하여 홀로서기를 계획해야 한다. 인생은 태생부터 고통이라고 했다. 번민과 번뇌 고통은 탐욕에서 온다고 하는데 불교에서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사바세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구하려 왔다고 했다. 이 사바세계는 감인세계(堪忍世界)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계, 고통을 참고 살아야 하는 세계, 참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계라고 한다.
이 중생들을 기도와 수행으로 탐욕을 내려놓고 해탈하여 열반에 오르는 것이 불교교리로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는 건강한 사람이다. 건강을 가지면 다 가지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했다.
탐욕은 건강을 해친다. 탐욕을 내려놓으면 고뇌와 번민, 고통이 없어진다. 격언에 “재물은 바닷물과 같아 아무리 먹어도 목이 마르다. 한강물을 채우면 채웠지 욕심을 다 못 채운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이다.

“얻는 것보다 버리고 내려놓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도 기억해 둘만한 격언이다.
이제 시니어의 3막 인생은 어제와 내일을 잊어버리고 탐욕에서 오는 근심걱정과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매사에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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