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자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해 7월부터 12월까지 용역 의뢰해 얻은 결과입니다.>
◎ 실태조사 결과 요약
1. 유통업 여성비정규직의 차별 및 노동권 침해 실태
첫째, 유통업의 여성 비정규직은 대부분 미혼인 남성 비정규직과는 달리 기혼자 비율이 상당히 높았으며, 평균연령 역시 남성에 비해 약 10년 이상 높았다. 여성기간제 근로자의 학력은 여성 정규직과 거의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약간 더 높은 수준이었다.
둘째, 유통업 내 성별 직무격리는 매우 공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지배직무의 경우 비정규직의 활용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업태별로는 특히 할인점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외주화와 간접고용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대체로 유통업 업태 전반에 걸쳐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이 상당수 같은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 간접고용직은 불법파견의 혐의가 짙다.
셋째, 유통업체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부분은 3회 이상 근로계약을 갱신한 채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되고 있었다. 이는 이들의 직무가 일시적이기보다는 상시적으로 필요한 정규직 업무임을 시사한다. 근로계약기간은 12개월이 가장 일반적이었으나, 3, 6, 10개월 등 점차 계약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넷째, 여성 근로자는 남성근로자에 비해 단순한 일을 반복하고, 직무상의 자율성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된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이는 미미하였다. 여성근로자의 대부분이 작업량, 속도, 작업방식 결정과정상의 자율성이 매우 낮다고 응답하였다. 여성 정규직의 자율성이 남성 비정규직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다섯째,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기간제 여성근로자는 정규직 여성근로자 임금의 65%에 불과하였다. 또한 업태별로도 차이가 있어 백화점보다도 할인점에서의 남녀 임금격차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수준에 있어서는 성별 격차보다도 고용형태별 격차가 더 두드러져 기초적인 복지에서도 비정규직은 제외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또한 여성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의 적용률이 67%정도로, 정규직 남녀근로자는 물론 남성 기간제 근로자보다도 훨씬 낮은 상태였다. 여성 근로자는 승진과 교육훈련의 기회 역시 제한되었는데, 이는 남성 비정규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여섯째, 비정규직이 근로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여러 차원에서 뒤떨어졌으며, 특히 할인점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부각되어 나타났다. 이러한 차별 문제에 대해 고용형태별로 다른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 실현을 위해 정규직의 양보가 일정부문 필요하다는 데 대해 정규직은 과반수 미만이, 그리고 비정규직은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고 있었다.
일곱째, 여성근로자는 상사, 동료, 고객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불쾌한 언행과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 경험자가 전체 응답자의 1/5에 육박하였으나, 대체로 혼자 참고 있을 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덟째, 여성 근로자의 건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남성 근로자보다 훨씬 더 나쁜 수준이었다. 여성 응답자의 50% 이상이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근로자보다 산재 처리 비율이 10%이상 낮았으며, 대부분 참고 견디는 것으로 질병상태를 악화시키고 있었다.
아홉째, 비조합원 여성근로자들의 노조가입의사가 남성 비조합원보다 더 높은 추세를 보여주었다. 이들이 노조가입을 기피하는 데에는 회사측의 반대와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할인점에서 이러한 사측의 간섭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노조 탄압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2. 업태별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차별 및 노동권침해 실태
첫째, 백화점에 종사하는 여성비정규직의 실태에 관하여
- 크게 두 가지의 차별 양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이들은 크게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차별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도적 차별은 임금, 근로조건, 승진, 교육 등의 회사 제도로부터 발생하는 차별과 더불어 원청의 노동조합으로부터 전혀 노동자성을 보호받지 못하는 두 가지 측면의 차별을 모두 포함한다. 사회적 차별은 중요한 업무로 인식되지 않는 주변업무 중에서도 특히 한차례 더 분리되어 외주화된 직무에 배치되어 일함으로서 겪게 되는 일터에서의 차별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로서 겪게 되는 이중적 차별의 양상을 의미한다.
둘째, 할인점에 종사하는 여성비정규직의 실태에 관하여
- 여성과 남성의 직무가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 남녀간의 차별이 존재하는지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정규직화 되는 인원이 부족하고 그 방식도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무기계약자로 전환되면서 정규직과의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한편 가장 심각한 차별문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전혀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을 용역, 도급업체로 외주화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인격 모독이나 화장실에 갈 때도 보고를 하게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셋째, 유통 입점업체 판매직 여성비정규직의 실태에 관하여
- 화장품 판매사원 거의 대다수가 여성이고 해당 직종의 95%이상이 여성인데, 인사 및 평가 과정에서 승진의 객관적 기준이 없고 불투명하였으며 배치에서도 일정한 외모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 남성 판매사원의 경우 쉴 공간이 없어 창고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점 등이 문제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부 업체의 경우 외주업체를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있거나 판매사원 중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교육 등에 차별을 받고 있고 취업규칙과 달리 수습기간이 관례적으로 연장되면서 심지어 1년 이상 수습사원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임산부 노동자의 8시간 근무 이외의 연장근무 문제나 육아휴직 사용 불가 등의 조건과 조직분위기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3. 유통업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노동권보호 및 차별규제 방안
첫째, 성별 직무격리의 해소를 위해서는
- 간접차별에 대한 영향력 있는 사법부의 판결 :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접적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차별도 규제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 모두 이러한 차별 개선의식이 매우 약하고, 유통서비스업체의 경우 남녀간 성별을 구분하여 서로 다른 입직구와 인사관리제도를 마련해 놓은 사실이 명백한 만큼, 간접차별실태에 대한 명확한 판결과 시정요구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제도의 개선 : 현재 노동부가 실시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주로 여성의 고용비율을 제고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이들의 고용지위 자체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고용평등보고서에 여성고용규모 제출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을 분리하여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세분화된 직종 및 직무타이틀에 의한 남녀고용비율 정보 제출 및 남녀 간 임금격차에 대한 보고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남녀별, 고용형태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 원칙 확립 :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연공급의 해소와 직무급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나 직무급 도입 시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 다양한 정책수단 동시 동원 : 노동부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평등한 임금체계확보의 수단으로 원용할 수 있다. 간접차별의 혐의가 있는, 성별 직종과 업무분리가 심한 사업장에 한하여, 동일하거나 동일가치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를 파악하고, 성별, 혹은 고용형태별 이외의 다른 근거로 설명하기 어려운 격차를 줄이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노동조합의 주도적 역할 :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강제성을 갖는 제도로 변화할 가능성은 극히 희소한 만큼, 사업장에서 실질적으로 이러한 내용이 단체협약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협약의 확산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에게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이 어떻게 사업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 상세한 지침과 지원을 제공해 줘야 할 것이다.
셋째, 간접고용화(외주화) 방지를 위해서는
- 법제도 개선 : 지금까지 제기된 방안 중 가장 소극적인 안으로 정규직화를 유도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세제 및 사회보험 감면혜택을 주자는 의견이 있으나 일시적 감소 효과만이 기대될 뿐,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적합하지 않은바, 보다 적극적인 법제상의 개선이 수반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원청업체 및 사용사업주에 대한 사용자책임 강화 : 실제로 선진산업국가에서는 간접고용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기업이 일정한 요금을 받고 자기 회사의 피용자를 고객회사의 피용자로 대여해주는 근로자대여법에 대해 30여개의 주가 어떤 형태로는 규제장치를 갖추고, 피용자가 다른 사용회사에서 일할 경우 발생하는 책임의 분담에 관한 공동사용자 법리가 적용되고 있다. 공동사용자로 판단된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가 고용하는 피용자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지워지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가능성이 발생한다. 또한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는 외주화된 기존 정규직 업무에 대하여 직접고용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넷째, 비정규직의 노조가입 활성화를 위해서는
-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외주화와 차별을 방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간섭이 심각한 상태이다. 따라서 노조활동의 자유가 일차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노조가입이 보다 용이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다섯째, 성희롱 예방 및 방지를 위해서는
- 서비스 산업의 특징 상 유통업체의 여성 노동자는 상사나 동료는 물론, 고객으로부터의 성희롱 위험에 남성 노동자보다 더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성희롱 시 고객에게 항의하는 비율도 남성 노동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기업 이미지 제고와 상품 판매를 위해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려는 사측의 적극적 보호를 기대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희롱부터의 근로자 보호에 대한 해당 사업주의 인식개선과 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관리감독 및 지원이 요구된다.
여섯째, 여성비정규직의 노동권 보강을 위해서는
- 유통업체의 여성 노동자의 상당수가 육체적, 정신적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에의 가입률이나 신청률은 질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남성 노동자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무엇보다도 임금 및 복지를 포함한 근로조건상의 차별 시정을 통하여 일차적으로 시정되어야 할 것이나, 이와 더불어 여성 노동자의 업무조건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업무의 특성상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경우, 적절한 휴게시간 및 공간의 확보, 그리고 간이의자의 설치 등 기술적인 개선을 통하여 건강에 해로운 장애를 제거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요청된다.
일곱째, 유통서비스업의 저숙련․저기술 직무의 경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기회 확대를 위해서는
- 유통서비스의 단순직무는 끊임없는 외주화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실제로 이미 많이 외주화가 진행된 상태이다. 이들은 기업의 인건비 하락 전략의 최우선 대상으로서, 이러한 인건비 감소 경쟁이 기업 간 계속 유지되는 한, 임금인상이나 경력개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자리에 속한다. 결국 노동조합이 이들을 조직하여 임금에 기반한 경쟁을 감소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나, 조직화 역시 노조에게 비용을 많이 수반하는 일이라 단기간에 기대하기 어렵다. 앞으로 서비스업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인 만큼, 저임금과 임금불평등 악화에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이들 일자리의 질과 노동력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