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일상을 침범할 정도로 치열했던 6.1지방선거도 점차 잊혀지고, 일상회복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 동안 거리에서, 시장 통에서, 마을회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한 멋진 승부'를 했던 이들의 모습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도 공허함에 몸을 가누지 못할 낙선자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기에 ‘낙선자를 위한 변명’을 말하고 싶다,
패자(敗者)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낙선 인사를 구차한 변명으로 폠훼하거나, 왜곡되고 잘못된 내용으로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변명(辨明)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과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이란 두 가지의 뜻으로 풀이된다. 대체로 변명이란 말은 앞의 의미로 쓰지만, 두 번째 의미로 글을 쓰고자 한다.
독일의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Wolf Schneider)는 “위대한 패배자”라는 책에서 역사(歷史)는 승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역설적 주장을 한다. 그렇다. 역사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아름다운 패자도 기록한다. 태양빛이 있기에 대상(對象)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법, 승자로 기억되는 이가 있다면, 그와 비교되는 아름다운 패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선거(選擧)도 마찬가지다. 낙선자가 없다면 당선자가 있을 리가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패자가 가졌던 인간적 고뇌와 아픔, 그러나 좌절과 소외감 속에서도 절망하기보다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그 애잔한 마음을 유권자들은 같이 아파하며 높이 평가한다. 실패는 단순히 성공의 반대가 아니고, 성공에 향하기 위한 경험이라는 레토릭이 위로가 되길 바란다.
여태까지의 인생을 통 털어 가장 힘들었고, 고통스럽고 심적 압박이 강한 시기를 보낼 6.1지방선거 낙선자에게 “절망을 뛰어넘어 희망을 엮어내라”는 말을 건네주고 싶다. 절망하는 사람에겐 희망이 없다. 시련이 있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일어선다. 사람을 주저앉히고 패배자로 만드는 것은 시련이나 고통이 아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절망적 좌절감이다.
물론 낙선한 것에 대해 절절히 책임을 느끼고, 불찰과 실책을 생각하며 지금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말해주고 싶은 것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단 하루도 예외 없이 전력 질주해왔다는 것을 모든 유권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 주장하는 바와 도전의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단지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다.
특히 선거에서 접전을 보였던 낙선자는 당선자 못지않게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시민의 일꾼으로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인생은 승패의 연속이다. 선거에서는 졌지만, 인생에서 진 것은 아니다. 인생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천발전과 시민행복의 이상을 펼치기 위한 도전의 꿈은 좌절됐지만, 그 경륜과 경험은 김천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결코 직진하지 않는다. 우회하다가 역류하고 정체도 하지만 마침내 강을 이루어 바다에 이르는 물과 같다. 역사의 물줄기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된다. 힘든 그에게 한없는 위로와 심적 지지를 보낸다.
편집국장 전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