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김천은 ‘봄밤의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연화지와 직지천변에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 개나리꽃들이 현란한 조명과 어우러져 창출해내는 야경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교동일대는 문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3월 31일 오후 7시, 봄바람에 순백과 연분홍 벚꽃이 눈빛처럼 내리는 낭만의 벚꽃길 걷기 및 식물 나누어주기 행사와 제1회 대신동 벚꽃음악회가 있었다. 그리고 4월 1일 오후 7시30분, 봄의 전령 벚꽃이 만개한 연화지 봉황대에서는 시립예술단 봄밤음악회가 상춘객들에게 봄밤의 향연을 만끽하게 했다.
이날 연화지 순백의 봄밤음악회에서, 이태원 교수가 지휘를 맡고 있는 시립합창단은 “봄 관련 노래, 청산에 살리라, 이탈리아 거리의 노래, 백만송이 장미, 찐이야, Time to say goodbye, 고향의 봄” 등을 아름다운 화음으로 들려줘 연화지를 찾은 봄밤의 가족들과 연인들에게 감동과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되고 힘을 되찾아 생활에서 활력을 가지게 해주었다.
이어서 김현호가 이끄는 시립국악단은 Heart of storm 연주와 국악인 민정민과의 협연으로 “열두달이 다 좋아, 난감하네, 꽃타령” 등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초청가수 강민이 출연해 “세월아 청춘아, 나 아직은, 안동역에서, 진또베기”를 상춘객들에게 선사했다.
이 봄날, 이 4월에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그 누군가와 그 무엇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사랑이 김천이었으면 더 좋겠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잔거품이 오르는 생맥한잔에 그리움을 담아 한 모금 마신다.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들거리며 바람그네를 타는 벚꽃, 개나리, 목련, 산수유, 진달래 등 봄꽃들이 아름답다. 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들 그 모든 것이 모여 만들어 낸 봄 풍경이 정겹다.
폭발하는 컬러들로 봄의 절정을 이끌어 내는 여인의 립스틱처럼 봄의 열기(熱氣)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무마저 휘청거리게 만든다. 땅 속에서 솟구친 힘은 줄기를 거쳐 가지 끝까지 닿은 뒤 봄을 밝히는 꽃들의 외침으로 마무리 된다. 꽃잎 하나가 세상에 더해진다고 무슨 변화가 있을까 싶지만 그 꽃잎들이 모여 완전한 봄을 이룬다.
침묵하던 모든 것들이 봄 햇살 아래 깨어난다. 이렇듯 마음을 간질이며 설레게 하는 것이 봄이면 그대가 더욱 그립다. 이처럼 봄에는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그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되어 마음이 따듯해지고 행복해진다.
계절이 바뀌면 심리도 바뀐다. 새로운 환경은 변화와 긴장을 다그치고 그 만큼의 기대와 부족함이 엇갈리기도 한다. 영랑이 노래한 ‘돌담에 속삭이는 봄 햇살‘은 사람의 간뇌(肝腦)를 자극해 격정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 격정이 열정을 자극하고 변화를 추동(推動)한다. 변화는 선택을 강요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그러나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가을의 쓸쓸함보다는 무엇인가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봄의 막연함이 좋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봄이 좋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이 생길 것 같은 설레임이 좋다. 그래서 봄을 탄다.
봄바람이 얼굴을 훑고 지나갈 때에는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의 나이를 생각하는 중년하고도 이슥한 나이이다. 삶은 느닷없이 나타났다가, 이유 없이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두보는 <곡강>에서, 봄을 이렇게 읊었다. “꽃잎 하나 지면 봄이 그만큼 사위어가거늘, 바람에 펄펄 꽃잎이 날리니 이를 어찌하랴” 이 봄을 어찌할꼬!
Photo - 김천신문 취재부장 이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