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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예술

색채(色彩)의 폭발, 삶 자체인 그림

전영수 기자 입력 2023.04.11 17:43 수정 2023.04.11 17:43

작가 이연경의 첫 날개 짓, 그림이 자라서 둥지를 떠날 때



벚꽃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온통 연두 빛이다. 완연한 초록빛으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밝고 환한 봄이 찾아온 4월 7일부터 16일까지 시립도서관 본관로비에서는 작가 이연경의 첫 개인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예술이란, 삶을 위해 부서진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고, 인생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주기에 흥미롭다. 이연경 작가는 그림을 전공한 적이 없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진심(眞心)이 가득하기에 순수 미술에 데뷔하는 첫 번째 개인전에서 겸손히 내면적 성찰인 그림을 내어 보이고 있다.



길을 걸을 때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관행적으로 익숙한 길을 잡는다. 이른바 경로의존의 법칙이다. 그러나 이연경 작가는 낯선 길에서 새로움에 눈을 떴다. 새로움에의 두려움도 있었지만, 작가는 무늬에 색을 입히면서 자신을 만났고, 그 만남으로 자신이 거듭났다고 작가 노트에서 수줍은 고백을 한다.



작가는 내재된 두려움과 불안이란 정서를 창조의 삶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이연경 작가는 미지의 길에서 모색의 정신을 밝힐 수 있었다. 그림은 ‘그리움’의 준말이기도 하기에, 생각이 마음속에서 영상화되면 붓을 들고 마음으로 느낀 빛깔 변화를 화폭에 내려 앉혔다. 삶 자체가 그림이 된 것이다.



작가의 손짓(붓의 필치)은 중의적(重義的)이면서 내면의 시각적 기억을 소환해내는 매개체이다. 작가의 의도와 보는 이의 해석은 차이가 있기에, 동일시하려는 집착과 느낌이 일치해야 하는 공감이 주는 안도감에 대한 욕구를 내려놓으면 보다 자유롭다. 작가의 손을 떠나면, 그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색채와 형태로 말을 걸어오는 작가의 그림들에서 무엇을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일까. 그림은 감성적이라서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느껴야 한다. 감상은 작품에 구현된 작가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이연경 작가는 풍경과 정물 그리고 인물화를 유화로 공간 속 빛과 시선을 설렘에 대한 공감으로 나타냈으며, 유화 특유의 원색적이고 깊고 입체적인 자유분방한 기법을 구사했다. 유화에는 칠하는 물감의 두께와 붓놀림에 따른 재질감을 중시하는 마티에르 기법과 두텁게 입체감을 주는 임파스토 기법이 있다. 또한 유화는 울퉁불퉁한 질감에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하고, 붓 터치가 투박하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이연경 작가는 형태 회화가 대상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나 구도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을 연출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이 의도하는 바를 구도(대상의 배치), 비례, 배치(주변의 배경 화면) 그리고 색채를 이용해 형상화했다.



이연경 작가에게는 무언가 옛 추억을 소환하려는 듯 풍경 그림이 많다. 빛은 어느 쪽에서 오는지 멀고 가까운 풍경을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바다는 물이 하늘을 약간 반사해야 한다는 관념으로 색상은 배경으로 갈수록 연해지고 부드러워졌다. 에메랄드 바다 빛과 그 위를 수놓은 섬 그리고 완만하고 매끈한 산과 바다 냄새를 감싸 안은 들풀들을 다채로운 색채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특히, ‘붉은 꽃밭에 서 있는 젊은 여인의 뒷모습’은 천경자 화백의 그림 속 ‘꽃을 든 여인’의 뒷모습일까, 아니면 여인의 뒷모습만 그렸다던 덴마크의 화가 함메르쇠이의 영향을 받은 탓일까, 볼수록 우아한 여인의 모습은 작가의 지나온 삶과 내면의 색이 만나서 아름다움과 따뜻함 그리고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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