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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기획시리즈

이른바 ‘김천학(金泉學)’의 성립을 위한 예비적 논의 - 기획시리즈<2>

전영수 기자 입력 2023.05.12 12:05 수정 2023.06.05 12:05

김창겸(김천대학교 교수)

ⓒ 김천신문
이 논문은 김창겸 교수가 ‘민족문화논총’ 82호(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2022)에 게재한 것을 저자와 합의하여 각주와 참고문헌 등을 생략하고 재편집하여 수록합니다. <편집자>

Ⅰ. 머리말

한국에서는 1990년대에 이르러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비로소 지방화시대가 열리고, 이와 더불어 본격적인 지방에 관한 연구와 지방문화 또는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각 지역에서는 저마다 특성을 강조하는 여러 지역학이 나타났다. 지방자치제도의 실시에 따른 지방화라는 것은, 각 지방이 중앙 정부의 일방적이고 한결같은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해당 지방의 자율성과 특성을 키우고 늘려나가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차원에서도 나타났다.

종전의 중앙 정부에 의한 종속적인 통치행정 시스템과 비교하면, 이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게 된 것이다. 또 당시는 이와 같은 지방화 현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외적으로 세계화와 국제화가 중요 관심사로 대두하였다.

오늘날 전국의 광역시・도 또는 시・군・구에서는 해당 행정단위를 기저로 흔히 향토 문화라고 하는 지방문화 내지 지역문화를 연구하는 지역학이 유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광역권역별로는 서울학, 경기학, 영남학, 호남학, 충청학, 대구경북학, 강원학, 부산학, 인천학, 제주학 등과 기초자치단체 단위로는 충주학, 아산학, 용인학, 천안학, 수원학, 경주학, 원주학, 군산학, 포항학, 경산학, 안동학 등 다양한 지역학이 그것이다.

사실 광역 단위 지역학은 물론이고, 기초단위 지역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안동시나 경주시를 비롯해, 근대에 형성된 많은 문화유산을 보유한 군산시, 심지어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과정에서 등장한 성남시와 군포시 같은 수도권의 신흥 지자체에서도 지역학을 연구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지역학이 주요한 대세의 하나가 되었다. 이 글에서 다루려는 김천시의 인근 지역인 상주시, 구미시, 예천군 등은 해당 지자체의 지원 아래 지역 소재 박물관이나 대학 부설 연구소 등이 중심 수행기관으로 역할을 하면서 상주학, 구미학, 예천학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대한 연구와 기초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김천지역에서는 김천학의 필요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조차 없었다. 그 이유와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를 거론할 수 있지만, 우선은 김천인들의 인식 부족에 있다고 말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 부족의 원인이 그 연구 대상이나 연구 소재가 없어서가 아니다. 김천은 여느 다른 지역에 못지않게 문화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어떤 분야에서는 그 양과 질이 상대적으로 우위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관심이 부족하고 실행이 늦었음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김천학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이것의 학문적 정립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천학이 왜 필요한가? 흔히들 김천지역 사회는 정치적으로 보수성이 강하고, 경제적으로는 자립도가 낮고, 정서적으로 배타성이 강하고, 문화적으로 다양성이 부족하고 폐쇄적이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다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김천지역의 참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진취적이며, 문물의 유통과 교류가 활발했고, 문화적 역동성을 가졌던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므로 김천지역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여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천인의 참모습을 찾아내어, 김천의 정체성을 올바로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김천인의 진정한 삶과 정신을 되찾는 일이라 하겠다.

지역을 연구하는 문제의식은 다양하다. 이것에 대하여 기존의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A. 지금 학계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의식은 지역연구가 대두하게 된 우리 사회의 현실적 조건과 관련해 지역 주민에게 자기 삶의 주체성을 되찾게 하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지역 사회의 자치적 질서 체계와 자율적 사회문화를 복원시키며, 동시에 그것이 타지역과 조화를 이루면서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국가 구성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향이 아닐까. 다시 말해 지역연구의 기본 관점은 무엇보다도 그 지역의 주민들과 그들의 삶을 생각하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는 이와 같은 견해에 동의하면서, 이 글에서는 지역학의 하나로서 이른바 김천학(金泉學)의 성립 가능성에 대한 예비적 논의를 하고자 한다.

먼저, 김천학의 개념 정립을 위한 김천학의 용어와 그 주체를, 또 김천학의 시간적, 공간적 범주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어서 앞에서 설정한 김천학의 개념과 범주에 포함되는 대상으로서 주요한 지역문화콘텐츠가 어떠한 것들인가를 살펴보겠다.

특히, 그 가운데서 김천학의 핵심적 주제의 사례로서, 민족교육과 노블레스 오브리제의 상징인 최송설당 연구,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고대 감문국 연구,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 현대사에 어느 지역보다도 주도적이었던 김천지역의 사회주의운동 연구를 제시할 것이다.

이 글은 김천학을 위한 정책적인 제안의 성격을 지닌 시론으로 작성되는 것이므로, 미비한 점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해량(海諒)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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