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가 24일 오후 늦게 구속됐다.
신영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사유로 들어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뒤 달아나고, 이를 은폐하는데 가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와 함께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를 하게 하고,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 등이 드러나며 큰 논란이 됐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며 김씨는 “아직 (수사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입장을 밝혔다. ‘메모리카드를 직접 제거했는지’, ‘사고 직후 현장을 왜 떠났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9일 사고 이후 17시간 만에 경찰 조사(음주 측정)를 받았는데, 애초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지난 19일에야 뒤늦게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음주운전 혐의 적용 등에 중요한 음주량에 대해선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10잔 이내의 소주만 마셨다’고 진술하는 등 여전히 목격자 진술과 엇갈리는 진술을 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신 판사는 김씨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은 점 등 수사협조 태도에 대한 질문 또한 던진 걸로 알려졌다.
김씨의 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은 김씨 사건에 대해 전날 “조직적·계획적인 증거인멸·범인 도피 사법 방해행위로서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도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영창청구를 맡았던 담당 검사가 직접 나서 영장 발부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씨의 혐의를 단순한 뺑소니를 넘어 ‘사법 방해 행위’로까지 규정한 것이다.
신 판사는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는 김씨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이광득 대표와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를 받는 소속사 본부장 전아무개씨에 대해서도 이날 김씨와 같은 사유(증거를 인멸할 염려)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김씨를 비롯한 소속사 관계자들은 우선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10일 동안 구속된 상태로 조사 받는다. 경찰은 “10일 동안 여러 각도로 수사에 전념해 검찰에 구속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이날 예정됐던 김씨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은 전날 김씨 쪽이 요청한 구속 영장심사 연기 요청을 법원이 기각하며 무산됐다. 다음달 1~2일 열리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 김천’ 등 이어질 공연 또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날 마지막 공연에서 김씨는 사고 내용에 대한 언급 없이 30분 동안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