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를 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한 철제 지선에 걸려 넘어진 보행자에게 주의의무 위반으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손해배상을 하라는 조정결정이 났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한전의 철제 지선 설치,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 한전은 280만원을 지급하라 ”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A씨는 2023년 3월경 배달콜을 받고 음식을 픽업하러 가는 과정에서 인도상에 설치된 한전에서 설치, 관리하는 전신주를 지지하기 위한 목적의 철제 지선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바닥에 넘어지며 왼손을 바닥으로 짚으며 큰 충격이 가해져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
A씨는 한전측에 치료비 및 위자료 등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한전측은 A씨의 과실이어서 책임이 없고, 혹여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A씨의 과실이 80%이상이어서 최대 90만원만 변상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에 원고는 한전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하였다.
공단은 A씨를 대리하여 한전을 상대로 구조물의 설치 관리상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공단은 사고 시각이 야간으로 식별이 어렵고, 이 사건 이후 한전에서 노란색 피복을 덧씌워 보완조치를 하였다가 아예 철거까지 한 점을 강조하면서 전신주의 지선을 설치, 관리함에 있어서 식별조치를 명확히 하거나 제거한 후 다른 방식으로 지지를 하는 등 그곳을 지나는 행인이 넘어지는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최소한 신의칙상 인정되는 보행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한전은 해당 장소가 주정차 금지구역인데 A씨가 배달오토바이를 정차한 후 사고가 났고, 조금만 전방을 주시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배상책임 자체를 부정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여 한전의 보행자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과실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원고의 과실도 참작하여 “피고 한전은 A씨에게 28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였다. 한전은 손해배상 의무 자체를 부정하던 태도와 달리 조정에 이의를 하지 않았고, A씨도 이를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되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비록 A씨의 주정차위반의 과실은 있지만 기초적으로 한전의 전신주와 전신주를 지탱하는 지지 목적의 시설물 설치에 있어 보행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향후 유사한 사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