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및 일본국정부는 양제국을 결합하는 이해공통의 주의를 공고히 하고자 한국의 부강의 실(實)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 이르기까지 이를 위하여 이 조관(條款)을 약정한다. 제1조, 일본국정부는 재동경 외무성을 경유하여 금후 한국의 외국에 대한 관계 및 사무를 감리(監理), 지휘하며, 일본국의 외교대표자 및 영사는 외국에 재류하는 한국의 신민(臣民) 및 이익을 보호한다. 제2조, 일본국정부는 한국과 타국 사이에 현존하는 조약의 실행을 완수할 임무가 있으며, 한국정부는 금후 일본국정부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는 국제적 성질을 가진 어떤 조약이나 약속도 하지 않기로 상약한다. - 중략 - 제5조, 일본국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의 유지를 보증한다.”
120년 전 을사년인 1905년 11월 17일 금요일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乙巳勒約)의 내용이다. 공포 분위기 속에서 강압에 의하여 박제순과 일본특명전권공사 하야시 사이에 체결되었다. 조약체결에 찬성한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의 5명의 대신들을 ‘을사오적(乙巳五賊)’이라고 한다. 이 조약에 따라 한국은 외교권을 일본에 박탈당하여 외국에 있던 한국외교기관이 전부 폐지되고 영국, 미국, 청국, 독일, 벨기에 등의 주한공사들은 공사관에서 철수해서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에 전국 각지에서 반대 투쟁이 있었으나, 1910년 8월 29일 월요일에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의 일부로 흡수되어 멸망한다. 한일합병(韓日倂合) 또는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부른다. 경술국치는 한민족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 조약으로 인하여 조선은 약 35년간 일제의 불법적인 강점을 받게 되었으며, 일제가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무조건 항복을 하고 패망한 1945년 8월 15일에 광복을 맞았다.
을사오적, 경술국치에서 을과 경은 십간이고 사와 술은 십이지이다. 십간과 십이지는 각각 10년과 12년마다 순환한다. 두 숫자의 최소공배수는 60으로 하나의 간지는 60년마다 돌아오게 된다. 즉 태어나서 만60세 생일이 되는 해는 자신이 태어난 해와 같은 간지, 즉 갑자를 가진다고 하여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한다. 십간 또는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로 10년 주기로 고정되어 있다. 십이지 또는 지지는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로 12년 주기로 고정되어 있다.
‘을씨년스럽다’는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는 뜻이다. ‘을씨년스럽다’에서 ‘~스럽다’명사 뒤에 붙어 ‘그러한 성질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그래서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인 ‘을씨년’이 1905년의‘을사년’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2024년 갑진년을 보내고 2025년 을사년을 맞으면서 송구영신, 근하신년의 인사장을 만들었다. 화양연화 농장의 2024년의 신비복숭아꽃과 샤인머스켓포도송이와 2021년 추석연휴의 장작불의 사진 세 장, 그리고 열 개의 문장으로 만든 인사장이다. 한글 파일을 사진 파일로 바꾸어서 카톡으로 인사장을 보냈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 노고 많으셨습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날들이었습니다. 늘 그래왔듯이 역사의 한 점으로 돌아가는 2024년입니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입니다. 2025년도 2024년 못지않은 다양한 일 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날이 평안과 조복의 시간이시기를 소망합니다. 화양연화는 꽃 같던 시절로 가장 아름다운 때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영호의 화영연화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화양연화, 오늘도 참 좋은 날입니다. 갑진년을 보내고 을사년을 맞으면서 김영호가 드립니다.”
“동생 남부럽지 않은 누구나 원한다고 이루어지지도 않을 인생 여정을 가고 있는 거 같아 참으로 보기가 좋네. 초등학교 시절, 얼굴도 못 뵌 외할아버지 제삿길을 따라나서 비둘기 열차를 타고 대신역에 내려 신작로가 아닌 산길 지름길인 뒷뫼 쪽으로 어머니를 졸졸 따라갔던 기억이 나네. 항상 농사일에 지쳤던 엄마는 맥이 풀려 제사는 지내는 지도 모르고 큰 가마솥이 걸려 있었던 외할머니 아랫방에서 곯아떨어지셨지. 마구간 처마에 매달려 있었던 옷칠관에 외할머니는 들어가셨겠지. 아마도 내가 대학 졸업 후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즈음 돌아가셨는지 한참 뒤에야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었지. 사진의 복숭아 꽃 보니 일반 복숭아보다 조금 늦게 나오는 외갓집 천도복숭아도 생각나네. 벌써 5~60년이 지났네. 등 굽은 소나무도 아닌 잘 난 동생이 외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걸 보면 옛 성현의 말씀도 다 맞지는 않는가 보네. 모쪼록 새해에도 건강하고 가정도 무탈에 평안하길 바라네.” 많은 답장 중의 하나로 청주에 사시는 고종사촌이자 김천고등학교 2년 선배인 박용재 형님의 답장이다.
사람들이 새해 인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일 것이다.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영호는 ‘받으세요’보다는 ‘지으세요’를 사용한다. ‘받다’의 여러 가지 뜻 중에서 ‘죄를 받다’, ‘나쁜 결과를 받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등은 어떤 상황이 자기에게 미친다는 뜻이다. 즉 어떠한 일의 과정에 대한 결과인 셈이다. ‘짓다’는 재료를 들여 밥, 옷, 집 따위를 만들다 등의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만들다’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받다’가 수동적이라면 ‘짓다’는 능동적인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영호의 새해 인사는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이다. 즉 조복(造福)이다.
120년 전의 을사년에는 치욕적인 을사늑약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민족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등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2024년에는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큰 사건 두어 개가 발생했는데 2025년인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25년 을사년에는 120년 전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긍정적인 일만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과 역지사지의 조복이 필요할 것 같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복을 주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는 것,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린다는 뜻으로 갈등해결, 겸손, 공감, 균형, 나눔, 배려, 사랑, 역할수행능력, 이해, 존중, 책임 등의 개념을 포괄한다. 2025년 을사년에는 모든 이들이 건강과 역지사지로 조복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