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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돈을 준다고 사람이 돌아오는가》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6.09.22 16:40 수정 2026.09.22 16:40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절박함만큼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조상명 아주대교수

ⓒ 김천신문
김천에 내려와 살면서 지역소멸이라는 말을 이전보다 가까이에서 실감하게 됐다. 거리를 걷다 보면 문을 닫은 상점과 비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젊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마을이 있고, 어르신들만 남아 일상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사람이 줄면 상점이 문을 닫고, 아이가 줄면 학교가 어려워진다. 병원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아진다. 생활 여건이 나빠질수록 젊은 세대가 돌아올 이유는 줄어든다. 인구 감소가 다시 인구 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이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이해하게 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등장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 지역 주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생활을 지원하고,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 침체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17개 군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내년에는 35개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비 예산도 3,047억 원에서 1조 1,658억 원으로 늘리고, 국비 지원 비율을 40%에서 50%로 높일 예정이다.

지역의 위기를 생각하면 확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필요성과 실제 결과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지역의 위기가 절박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의 실효성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 첫째, 기본소득은 주민의 삶을 정말 바꾸고 있는가

농어촌 기본소득은 주민에게 매달 15만 원을 지급한다. 고령의 주민이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가구에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고, 지역 상권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지급액이 늘어난 만큼 주민의 실질적인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면 지역에는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한두 곳뿐인 경우도 있어, 지역화폐 사용처가 제한되면 필요한 물건을 적정한 가격에 구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시범지역에서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특정 상점의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점포의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사용처 제한이 주민의 선택권과 실질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해야 한다.

지역 상권을 보호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주민에게 더 비싼 물건을 사도록 만든다면 사용처와 유통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성과는 지급액만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비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 둘째, 늘어난 인구는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가

새로운 주민의 유입은 인구 감소 지역에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전입 신고가 늘었다는 사실과 사람이 지역에 정착했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계기로 주소를 옮긴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며 계속 머무르는지 살펴야 한다. 인접 지역에서 이동한 주민도 소중한 새 이웃이지만, 인구가 늘어난 지역과 줄어든 지역을 함께 살펴야 농어촌 전체에 미친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에서는 2022년 3월부터 농촌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됐다. 시행 첫해 12월까지 인구가 156명 증가했지만, 올해 8월 말 인구는 3,890명으로 시행 전인 2022년 2월 말보다 171명 적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례만으로 기본소득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초기 인구 유입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사람이 지역에 머무르려면 생활비뿐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교육·의료·돌봄 여건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이 전입의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는 이러한 생활 기반에 달려 있다.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전입자의 실제 거주 여부와 정착 기간뿐 아니라, 기본소득이 없었다면 인구 변화가 어떠했을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 셋째, 지방재정은 기본소득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

올해 사업비는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를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시범사업 대상 17개 군의 2024년 기준 평균 재정자립도는 9.6%에 불과하다. 충남 청양군의 경우 연간 지방세수가 약 500억 원인데, 기본소득 군비 분담금은 162억 원으로 지방세수의 32.4%에 해당한다. 자체 세입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는 규모다.

전북 순창군에서는 기본소득 사업비를 편성하는 과정에서 아동행복수당과 청년종자통장, 농민수당 등 기존 사업의 예산이 삭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북 영양군에서도 농민수당과 사회복지·농산물 가격안정 관련 예산을 조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 기존 주민 지원사업을 줄여야 한다면 주민의 삶은 실제로 얼마나 나아지는가.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지방재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남은 지방비를 도와 군이 어떻게 분담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필수사업이 영향을 받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행정 현장에서 예산은 언제나 선택의 문제다. 한 사업에 재원을 더 투입하면 다른 사업에 쓸 재원은 줄어든다. 기본소득으로 주민이 새롭게 얻는 혜택뿐 아니라,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기존 서비스는 없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자체 재원이 부족한 군에는 재정 여건을 반영한 차등 지원과 필수서비스 유지 장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지원이 기존 지원을 대체하는 데 그친다면 주민의 삶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 넷째, 시범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개선할 것인가

시범사업은 새로운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사업 확대와 성과 검증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주민의 생활비 부담과 생필품 가격, 지역화폐 사용처의 변화를 점검해야 한다. 상권이 부족한 면 지역에는 이동형 장터 등으로 주민의 소비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인구 변화는 시간을 두고 추적해야 한다. 전입자의 실제 거주 여부와 1년·3년·5년 뒤 정착 여부를 확인하고, 초기 인구 증가를 장기적인 성과로 단정하지 않아야 한다.

지방재정에 대한 평가도 병행해야 한다. 각 군의 분담액과 기존 사업의 예산 변화를 공개하고, 기본소득이 복지와 필수서비스를 위축시키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지역별 재정 여건과 상권 구조에 맞춰 운영 방식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은 확대 전에 한 번 실시하는 절차로 끝나서는 안 된다. 확대 과정에서 확인되는 문제를 제도에 반영하고, 장기적인 효과에 따라 지원 방식과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소득이 일자리·주거·교육·의료·교통 정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매달 지급되는 돈이 생활을 돕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민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지 살펴야 한다.

■ 지역을 살리는 정책은 오래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에 터를 잡고 살면서 느끼는 것은 지역에 필요한 것이 단순히 한 달의 생활비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을 닫은 상점에 다시 불이 켜지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며, 어르신들이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이러한 변화에 기여한다면 그 효과를 확인하고 제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급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주민 서비스를 줄여야 하거나, 초기 인구 유입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운영 방식과 지속가능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지역소멸의 위기 앞에서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절박함이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기본소득은 사람이 농촌으로 돌아오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계속 머무르려면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의료 등 일상의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초기의 인구 변화와 소비 증가일 뿐,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지, 지방재정이 이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대상 지역을 두 배로 늘리고 예산을 네 배 가까이 확대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업을 그대로 확대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시범 지역에서 효과와 한계를 먼저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의 지속여부, 확대의 속도와 방식을 정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

정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돈을 지급했느냐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얼마나 개선하고 지역이 스스로 살아갈 기반을 얼마나 넓혔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농촌을 살리는 정책은 사람이 찾아오는 순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성과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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