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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종합 종합일반

동백꽃

전명하(시인) 기자 입력 2005.01.21 00:00 수정 0000.00.00 00:00

수수백년 바다가 밀어올린
남망산국제조각공원 가파른 언덕에
동백꽃 절정이라 보러갔더니
이미 정점에 급히 내려선 듯
모가지 부러져 맨땅에 드러누운 동백
노랗게 까무라친 눈동자 가엾다
애절한 파도소리 놓고 싶지 않구나
늙은 바다 몸져눕고
이런 날은 출렁이는 신명도 없더라며
출항을 모두 접고 포구로 몰려온 뱃사람들
삼동간에 시렸을 동백이야기며
바다와 질퍽한 뭍의 이야기가 어망에 걸려 펄떡인다
이제 그만 눈꺼풀 지그시 내려덮고
머릿기름 아끼지 말아라, 꽃버선도 더럽히지 말고
네 몸통이 흘리는 붉은 눈물 다시 세지 말아라
동박새 노래나 실컷 불러라
나는 쉼도 없이 바다로 뛰어드는 빗줄기나 맞다가
어둑한 밤길 돌아갈련다

슬픔은 수면 위로 펄쩍 뛰는 파도가 아니라
물밑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암초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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