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이교상(42세) 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문을 연 도서출판 연어를 통해 첫 개인시집 ‘긴 이별 짧은 편지’를 펴냈다.
지난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으로 문단 등단을 한 이교상 시인이 등단작품을 제목으로 한 시집을 펴낸 것.
길 속에 빠진 발목/복사뼈 안 보이고//시간은 굽이굽이/물소리로 흘러가네//안개는 눈꺼풀 속에/매화산을 감추고 -‘매화산’
마음 뜬 한 사내가 나흘째 오락가락 젖어서 갈 수 없는 하늘을 바라보다 산 아래 못물 속 깊이 빠져버린 그림자 -‘가을비’
단풍나무 한 그루가/붉게붉게 피었다//참았던 신열이 한 순간에 다 터져서//눈감고 날고 싶었다/네 곁으로 가고 싶다 -‘단풍나무’
표제시 ‘긴 이별 짧은 편지’ 전문이다.
문학평론가 김양헌 씨는 ‘해설’에서 “이교상 시인은 현대시조가 가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제 막 신인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가 쓴 시조는 대부분 나무랄 데 없이 단단하고 그러면서도 이 단단한 양식과 불화하며 시조라는 틀을 어금니로 물어뜯고 가슴으로 들이받아 물렁하게 만들려는 패기 또한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이교상 시인은 ‘자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고백하건데 나 결코 시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하고 이별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가난한 들판을 지나고 고민 많은 숲을 지나고 깊은 번민의 강을 건너는 동안 내 안에 흘러온 저 수많은 구름, 여름날의 장마, 겨울 밤 그 불면의 폭설이 말없이 날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여름 편지’, ‘수련’, ‘겨울 문장대’ 등 67편의 작품을 3부로 나눠 펴낸 연어시인선 1 ‘긴 이별 짧은 편지’를 낸 이교상 시인은 감천면에서 출생해 현재 서울에서 출판기획자로 일하는 한편 고려대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에 등록,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