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선철 |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내 속에 있으면서 겹겹이 저를 숨긴/눈처럼 하얀 깃털의 새 한 마리 울고 있다/시간의 빈틈으로 사각사각 여문 꿈을/보드라운 속살 사이 책갈피로 접어두면/어느새 바람이 일어 발목을 휘감는데/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허접스런 욕망들을 한두겹 벗겨내면/말갛게 동심원 그리며 섬 하나가 떠 오른다
유선철의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작품 ‘양파를 까면서’ 전문이다.
정수자·강현덕 두 심사위원은 유선철씨의 작품이 “양파의 속성을 묘파하는 시선에 조형 능력도 탁월하다”고 높이 평가하고 “‘안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문이 있다’, ‘사는 건 매운 거다 눈시울 붉혀가며’ 같은 성찰이나 ‘하얀 깃털의 새’를 읽어내는 감각이 참신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제목을 다르게 하면 작품이 더 돋보일 듯하다”고 지적했다.
유선철씨는 경북대 사범대 일반사회과와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구미여고 일반사회과목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문협 김천지부 회원으로 2년 전부터 백수 정완영 선생에게 월2회 시조창작 강의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