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부인 병간호 25년 김병두 할아버지
젊은 시절 고생만 하고
지금은 사람도 못 알아보는 당신
더 잘해 줬더라면 하는 후회
모든 것이 내탓
오래도록 내곁에 있어주오
불행의 시작
25년간 부인 강우생(78세)할머니를 간병해온 김병두(85세)할아버지. 할아버지는 25년전 그날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현실이 된 그날을 말이다. 자식을 앞세우고 먼저 떠난 자식이 남긴 하나뿐인 손자를 키우며 살아온 김병두·강우생 부부.
자식을 앞세웠다는 힘든 현실보다는 손자를 잘 키우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서 였을까 할아버지는 막노동을 그리고 할머니는 떡볶이와 튀김 등을 파는 노점상을 운영하며 근근히 생활을 꾸려갔다.
“25년전 그날 여느 때처럼 손자 녀석을 업고 나오던 할멈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정신없이 인근 병원으로 갔습니다. 할멈은 혈압으로 넘어가 뇌 혈관이 터졌고 그때 이후로 왼쪽 편은 전혀 쓸 수 없는 몸이 되었지요.”
김 할아버지는 평소 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자신이 정말 미웠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할머니가 자리에 눕게 되자 김 할아버지는 더욱 일을 많이 해야 했다. 손자에 할머니 병원비까지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할아버지는 79세가 될때까지 저녁에는 할머니를 간호하고 낮에는 막노동을 나가는 생활을 했다.
다들 주변에서 너무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막노동을 하는 것을 걱정했지만 김 할아버지는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손자와 할머니를 생각하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일을 하는 동안 낮에 혼자서 집에 있어야만 했던 할멈의 건강은 나빠져만 갔습니다. 최근에는 건강이 더 나빠져서 제일병원에 21일간이나 입원했었습니다. 그리고 치매까지 와서 제가 한시도 옆에 없으면 불안해하고 우울증까지 와 있는 상태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더 할멈에게 신경을 썼다면 이렇게 까지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도 담석을 오래 방치하는 바람에 쓸개를 들어내는 수술을 받고 계속 약을 먹고 있는 형편이지만 늘 할머니 걱정이다.
그리고 할머니의 건강이 자꾸 나빠지는 것이 자신이 소홀한 탓인 것만 같다며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 했다.
작은 소망하나
김 할아버지의 새해 소망은 아주 작다. 할머니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호전을 보이는 것과 할아버지 자신의 건강이다.
“예전에는 내 자신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할멈이 치매로 사람도 잘 못 알아보게 된 지금 할멈에게는 제가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제가 건강해야만 할멈을 더 오래도록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재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