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면 신안1리 죽정마을의 이군찬(55세)-김명희(51세) 부부는 농사경력이 27년에 이르는 중견 농업인이다.
앞서가는 농업인 조마 죽정마을 이군찬-김명희 부부 벼농사 포도농사 토마토농사 모두 1등급“농업은 천직, 성공한 농업인으로 남는 것이 꿈”
“처음엔 벼농사를 지었어요. 경지정리가 전국에서도 가장 먼저 되고 잘 됐다는 신안들에서 그야말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러면서 농토를 늘려 포도농사, 참외농사, 토마토농사를 짓고 지난해부터는 번식우도 기르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복합영농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모가 경작해온 벼농사로 시작한 이들 부부는 농촌진흥공사 등을 통해 농사 규모를 크게 늘렸다. 하우스 참외농사는 몇 해 짓다 그만 두었지만 벼농사 9천평, 비가림 노지포도 2천400평, 비닐하우스 토마토 1천200평, 번식우 10여두 등 중소기업이다.
“놀 여가가 없습니다. 겨울부터 봄까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나면 여름엔 완숙토마토를 수확하게 되지요. 이어 포도를 수확하고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삽니다. 게다가 친환경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일손이 더 많이 갑니다. 일부 농업인들이 출하한 김천포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남보다 빨리 수확하기 위해 미숙과를 출하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박피를 하지 않음은 물론 완전히 익혀서 출하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습니다.”
미생물 유기농을 고수해온 이군찬-김명희 부부. 일조량 많고 수량(水量) 풍부한 신안들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아직까지 자신의 농장 이름 하나 가지지 않은 이들 부부는 고향을 지키며 성공한 농업인으로 남는 것이 꿈이다. “농업도 알고 보면 아주 괜찮은 직업입니다. 자신의 사업체이기 때문에 남 눈치 볼 것 없고 명퇴걱정 없고 얼마나 좋습니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패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땅은 정직해서 땀 흘린 만큼 우리에게 돌려줍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 길에 들어서기를 잘 했다 싶어요.”
1982년 7년간의 군대생활을 끝내고 회사생활을 해보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1년 만에 접고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군찬씨. 죽정마을 이장(5년)을 거쳐 현재 새마을지도자(4년)로 활동하는 한편 조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군찬 회장은 조마초등을 거쳐 한일중(현 석천중), 지례고(김천상고)를 졸업하고 해군에 자원입대해 하사관으로 장기복무를 했다.
부인 김명희씨를 만난 것도 진해에서 군대 생활을 한 덕분이다. 이 회장이 수사관으로 근무하며 죄 없는 아가씨를 체포해 자신이 태어난 죽장마을까지 호송,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농사일을 해보지 않아 처음 얼마동안은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익숙해졌고 저 역시 농사짓기를 잘 했다 싶어요. 좋은 직장 가지고 있는 친구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진해가 친정인 김명희씨의 말이다.
내조 잘하기로 소문난 김명희씨는 남편이 사회활동 많이 하는 것 말고는 불만이 없다. 조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외에는 김천시 재난방제단장을 맡고 있는 것이 전부이며 바쁘다는 이유로 지난해 산악회 활동까지 그만 두었는데도 “감투 더 쓰면 보따리 쌀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단다.
낮은 산, 대나무를 수놓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30여 호에 불과한 죽정마을. 1km 정도 앞에 김천의 젖줄 감천이 흐르는 죽장마을에서 현재도 농사일을 도와주는 부친 이덕복(87세)씨와 모친 윤복실(82세)씨의 2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군찬 회장은 “죽정마을은 터가 좋은가 많은 인물이 배출됐다”고 자랑한다.
배도 전 효성그룹 회장을 비롯해서 배숙 전 국세청장, 마용수 전 김천시장, 박보생 현 김천시장이 이 마을 출신이다.
“이제 자식 공부도 거의 다시켰고 크게 돈 들어갈 데는 없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농사를 지을 것입니다. 미력하나마 잘 사는 농촌을 만드는데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군찬-김명희 부부는 2녀1남 자식농사도 포도농사, 토마토농사 못지않게 잘 지어놓았다. 맏이인 딸 아영은 김천대 전산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결혼했고 둘째인 아들 창선 역시 김천과학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딸은 막내 다영. 경일대 사회복지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속 썩이는 자식 없어 좋고 효도할 수 있는 부모 있어 좋고 농사 잘 지어 좋고 이래저래 복이 많은 이군찬-김명희 부부. 이들 부부를 수확이 끝나가는 방울토마토 밭에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행복이 함께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