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앞에 엎드려 절을 한다.
어찌 아침밥 잘 먹고 이런 일이 있을까. 중3 아들과 5학년 딸이 하얀 상주 복을 입고 맞절을 한다. 젊은 아내가 어찌 저 아이들을 두고 갔단 말인가.
하루에도 수십 건 일어나는 교통사고, 그렇다고 걸어 다닐 수도 없고… 사람들은 모두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 그게 남의 일이기만 할까. 영안실을 나오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어느 칠순된 친구분 둘이서 이런 얘기 나누셨단다.
“여보게 오늘이 최고 좋은 날이라네. 내일이면 오늘보다 더 늙어서 내가 밖엘 못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들은 그저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온갖 고통을 다 참으며 이를 악물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오늘 이 순간을 살기 위해 지금껏 무수한 어려움을 겪어 냈고 앞만 보며 달려오지 않았던가.
내일, 내일 그럼 그 내일은 결국 그 무엇이 있단 말인가. 인생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는 순간 쏘아놓은 화살처럼 날아가 관속으로 들어간다. 물론 지금보다 더 행복해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하는 것은 맞겠지만 오늘 이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일 같다. 이렇게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날,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리운 이 있으면 잠시라도 가서 얼굴을 보고 오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젊은이들은 젊음을 더 만끽하고 노래하는 이는 더 크게 노래를 불러야 한다.
사실 벌써 2년이 다 돼가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에도 엄청난 일이 있었다. 시누 아들이 군대 가기 며칠 전 오토바이 사고가 난 것이다. 키 185cm에 얼굴은 또 얼마나 잘생겼는지… 어쩌면 그때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다. 아직도 소변이 나오는지 대변이 나오는지 감각조차 없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훨훨 날아다니던 21살 청년이 누워만 있으니 살은 욕창으로 썩어 들어가고 시누는 다 키워놓은 아들보다 더 마음이 썩어 들어간다.
세월이 유수 같다더니 정말이지 빨리도 흘러간다. 아직 할 일도 많은데 어느새 이 나이가 되었나 싶으니 조급해지기도 하건만 10월을 보내는 이 가을날 최대한 아름답게 나만을 위한 축제를 벌여야 할 것 같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고 내 얼굴에 있어 가장 예쁜 날 또한 이 순간 일 테니까.
왜냐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늙고 주름은 원치않아도 더 짙어지지 않겠는가.
가을 하늘 코스모스 마음대로 한들거리는 고즈넉한 이 계절, 달은 또 얼마나 밝은지 잠자기가 아깝다. 인생도 젊음 도 결코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은 이런저런 근심걱정 다 던져 버리고 해맑게 웃는 저 아이들처럼 우리 모두 크게 웃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