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 아래 하천부지를 개간해 농사짓는 배씨
느닷없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이 집 아들 이름이 오욱진이요
네, 그런데요
쓰레기를 남의 밭에 버리면 어쩐다요
그럴 리가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맹세코 그런 일 없다고 주장하자
펄펄 뛰며, 이래도 오리발이요
걸레가 된 시험지 불쑥 내민다
힘없이 쓴 아들 글씨
배씨 아저씨 눈 부라리며
쓰레기 한 번만 더 버리면 가만 안둘끼다
불법 쓰레기 투기범으로 확,
말문이 막혀 슬며시 꼬리 내렸다
시험 잘 못 봤다고
홧김에 구겨서 버린 시험지가
제 발로 찾아와 보란 듯이 한방 날리고
가슴에 비수로 꽂힐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