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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선거의 역사는 실로 오래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와 로마제국에서 이미 다수결의 원칙을 절대적 판결로 받아들이는 넓은 의미의 선거제도가 있었고, 신성로마제국을 거쳐 17세기 후반에는 현대적 의미의 대의(代議)제도를 위한 선거가 정착되기에 이른다.
지금 세계의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있고(북한의 경우는 투표는 있지만 선거는 없다), 우리나라의 현대적 의미의 직접선거의 역사는 1952년 8월 5일에 실시된 제2대 대통령선거였다. 그러나 이 선거는 관권선거와 금권선거의 대표적 부정선거였으니, 우리나라는 선거의 첫 단추부터가 단단히 잘못 채워진 슬픈 역사를 지니고 출발한 셈이다.
지금의 장․노년층 세대에게는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 돈 봉투 선거라는 용어가 전혀 낯설지 않을 만큼, 으레 선거판은 타락의 한마당 굿판으로 인식하는 부끄러운 선거문화도 있었다. 절대빈곤 시대의 저급한 민도에 의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 10대 교역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오점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면 IT산업과 인공지능이 세계질서를 선도해 갈 21세기의 초입에 와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 선거현실은 어떨까? 위로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 시장 군수, 지방의회 의원에 이르기 까지 모든 공직선거의 절차와 규제는 “공직선거법” 단일 법률로 의율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공직선거법이란 게 어떤 위대한 노벨 법률가상을 받은 사람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고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한 규제 일변도의 법조항 탓에 오히려 부정의 양태를 은밀하게 또 조직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혹평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가 되려는 자를 포함, 후보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선거구내(선거구 밖이라도 연고가 있는 사람) 유권자에게 액수를 불문하고 금전적 이득이 가는 행위의 제공을 금하고 있고, 8촌 이내의 친족을 제외하고는 축․부의조차 금지 되어 있으니, 인간사가 어디 그대로 된다든가?
좁은 지역에서 고향친지와 짜장면 한 그릇을 먹어도 그 돈을 더치페이 해야 하고, 친지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상갓집에서 그냥 공짜 저녁을 먹으라는 것이 인간사 도리로서 어디 할 일이겠는가? 과문한 필자로서는 이해불가의 혼란만 올 뿐이다. 그러니 흔적이 남지 않을 범위 내에서 뒤로 금품을 전달하든지 아니면 후보자는 혼밥을 먹거나 늘 얻어먹으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면 이런 방법도 있겠다. 후보자에게 십자군의 정조대 같이 전자발찌 같은 걸 채워 24시간 음성과 동영상을 기록해 두면 된다. 시민의 종이 되겠다는 이들이 이 정도의 불편이야 참지 못할까? 당국도 할 말은 있다. “그래서 금품을 받은 사람이 신고를 하면 수 십 배에 해당하는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잖은가?”라는 반문 정도일 것이다.
하긴 한두 가지를 풀어놓다 보면 권력을 향한 표심을 사는데 금전을 주저하지 않을 후보는 사방에 늘렸을 테니 당국의 눈물겨운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한 가지 더. 예비후보자가 지하철 입구 계단을 한쪽 발로 밟고 실효적 점령을 한 채 명함을 교부하면 불법, 계단을 넘어서지 않고 배부하는 것은 적법이라니, 평생 후보가 될 리 없는 이 몸은 이래서 행복할 따름이다.
돈 없는 사람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깨끗한 선거, 돈 안 드는 선거를 표방하며, 선거비용을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고 하는데, 과연 그 돈으로 선거를 치러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도 싶다. 인터넷 서핑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선거비용의 차액을 노리고, 15%의 득표에 도전하는 생계형 후보자도 있다니 눈시울이 붉어질 지경이다.
다른 선거는 몰라도 기초의회 의원까지도 정치인으로 보아야하나? 왜 그들에게 정당은 공천제도를 유지하여 충성심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지, 이 답을 어느 산신령님을 찾아가 구해야할지 판단 불가의 혼란만 쌓인다. 보편적 교양을 지닌 인격자를 뽑고, 그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회기 중에만 실비를 지급하면 안 되는 것인지, 선거의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이토록 무지의 답답함을 안겨주는 것이 선거이다.
이제 6월이면 온 나라를 도가니에 몰아넣을 듯, 가족간에도 지지후보가 달라 서로 얼굴을 붉히는 광란의 굿판이 펼쳐질 것이다. 네거티브 공세에 더하여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인생 막장 드라마의 무대가 선거판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인척간에도 내 편, 네 편이 되어 결과에 따라 영원히 원수가 되는 일마저 있으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 대의민주주의의 축제? 시쳇말로 소가 웃을 일이 되지 않기를 빌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