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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고-철새와 텃새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9.04.16 15:42 수정 2019.04.16 15:42

이정인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 이사

ⓒ 김천신문
똘이아빠와 순이아빠는 어부이다. 이른 새벽 배를 끌고 나가 전날 쳐놓은 어망을 수거해 오는데 똘이아빠의 배는 항상 어창에 물고기를 가득 채워 거의 만선인 경우가 많은 반면 순이아빠의 배는 똘이아빠의 반도 못 잡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선도 같고 어망도 같은 제품을 쓰고 일하는 시간도 비슷한데 똘이아빠는 물고기를 많이 잡아 오는데 왜 순이아빠는 똘이아빠의 반도 못잡아올까?

물론 어망을 어디에 설치하는가에 정답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유속이 느리고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가 많은 곳이나 물고기가 다니는 길을 정확히 알고 어망을 설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매우 클 것이다.

요즘 지구 온난화로 수중 생태계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어종도 변하고 조류의 흐름도 예전과 다르게 변하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예전과 같은 노력과 예전과 같은 방식만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어떻게 될까?.

10년전 각박한 도시가 싫다며 어촌마을에 정착한 똘이아빠는 항상 자료들을 찾아보며 수중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준비를 하였으나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어업을 했던 순이아빠는 내가 이 바닷가에서 평생을 배를 탔고 이 바다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큰소리를 치며 선대 때부터 어망을 치던 곳을 아직까지도 끝까지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축제에다 대입을 해보자.

그 전에 전문가들은 축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지역민들을 위한 위로와 단합을 도모하는 주민화합형 축제와 외부의 관광객을 찾아오게 해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기위한 지역개발형 축제로 분류한다.

이 글의 목적 또한 관광을 통한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제언의 글이므로 자축연이나 단합대회같은 주민화합형은 제쳐두고 외부의 관광객을 유입시켜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용 및 각종 지역개발을 촉진시킬 목적으로 하는 지역개발형 축제만 가지고 언급하고자 한다.

만약 우리 지역에서 축제를 개최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똘이아빠가 어망을 어디에 쳐야 물고기 많이 잡는가를 고민하듯 축제 전문가들도 어디에서 축제를 해야 지역 경제가 축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한다.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축제를 하였는데 아무런 혜택도 누릴 수 없다면 힘들게 예산과 노력을 낭비해가며 축제를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축제 전문가들에게도 어떻게하면 지역에 최대한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는 축제를 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하며 축제를 어디에서 개최할 것인가는 축제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동시에 방문객의 동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축제의 전문가들도 축제장의 개최 장소를 가지고 다음의 몇 가지 내용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수많은 고민을 한다.

첫째, 축제의 규모에 걸맞은 관람이나 체험시설 등의 부스를 설치하거나 화장실이나 휴게시설 먹거리 주차장 등의 확보가 가능한 적절한 면적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한 곳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나 열차를 통해 오는 방문객을 편의를 고려한 접근성도 필수적으로 검토해야할 요인이다.

둘째, 환경법이나 하천법 등 각종 법규에 위배되는 지역은 피해야하며 축제의 특성상 혼잡이나 소음이 유발될 수 있기에 민원이 발생될 소지가 있는 주택 밀집지역이나 교육시설 등에 가급적 근접하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의 상권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찾아와서 우리 지역의 식당이나 숙박이나 쇼핑을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한적한 외곽지역이나 지역의 상권을 이용하기 힘든 곳에서 개최된 축제는 방문객들이 단순히 축제만 즐기고 지역의 상권을 이용하지않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많은 비용을 들여 축제를 하고도 지역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경우도 있다.

넷째, 축제가 성공할 경우 축제는 지역 문화의 아이콘이나 지역의 브랜드를 만들기도 한다. 안동의 하회탈춤 페스티벌이나 청도의 소싸움 축제의 경우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축제가 성공을 하게 되면 상시적인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또는 원할한 축제준비 및 매년 반복적으로 지출되는 축제장의 각종 시설물의 제작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테마파크 형태의 전용 축제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향후에 축제의 규모가 성장했을 경우에 대비한 준비나 전용축제장 또는 선진국처럼 효율성을 위한 다목적 공간을 미리 확보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래를 위한 세심한 배려까지 해두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외에도 다각도에서 모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축제의 특성까지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축제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의 세심한 고려와 노력들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일이 허다하다.

축제나 관광 활성화에 관한 주민 간담회나 토론회를 가보면 정말 반푼수가 사람잡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것저것 나열해서 보면 관광이나 축제를 제대로 준비한다는 것은 정말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도 많은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준비해 발표를 하면 소위 동네에서 말마디께나 한다는 양반들이 나와서 이렇게 하면 된다며 자기 동네일이라서 자기가 최고로 잘 안다며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는 자기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자기를 무시했다며 지역 주민들을 선동해 온갖 반대 여론을 조성하며 오히려 축제의 진행을 방해하려고 든다. 실제 대부분의 축제 전문가들에게 진행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지역 주민들과의 의견 조율이 제일 힘든 과정이었다고 얘기한다.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미래의 산업으로 관광을 얘기한다.

태생적으로 금강산처럼 빼어난 계곡이나 경포대처럼 멋진 해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가, 첨성대나 불국사 같은 세계문화유산 같은 볼거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우리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테마파크를 가진 구조적으로 조건이 다른 도시들처럼 관광전략을 펼수는 없다.

그래서 축제는 관광에선 태생적으로 관광인프라가 약한 곳에서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게릴라전 같은 것으로도 비유된다.

지금이라도 우리 지역이 관광이라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태생적 한계를 가진 우리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축제를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가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고 예전의 방식만 고집하는 순이아빠가 아닌지, 외부에서 우리를 도와주러 온 전문가를 철새 취급하며 그들이 고민하며 준비해 온 의견을 배척하는 아집 덩어리 텃새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보고 정말 관광산업을 제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도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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