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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행정 종합

먹는 게 잘못됐다고!

홍길동 기자 입력 2010.07.29 10:24 수정 2009.08.10 10:11

통계를 가져오려니 아득하다. 그래서 연전에 들었던 안타까운 사연부터 들먹여 보겠다. "따르릉~." 그는 중학교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아는 교사의 안타까운 사연인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전화를 건다고 했다. "어떤 일이십니까?"

심히 걱정할 만한 내용이었다. 담임이 생활 태도가 썩 좋지 않은 한 학생을 여러 차례 꾸중을 했다. 어느 날 깍두기 머리를 한 그 학생의 아버지가 콧김을 씽씽 내뿜으며 교무실과 교장실에 들이닥쳤다. '자기 아이를 야단치는 담임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는 그 사태를 무마시켰다. 그런데 그때부터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교실에서 문제의 학생이 기세 등등해 담임의 권위를 깔아뭉개기 시작한 것이다.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후 그 교사는 담임을 그만두고 신경증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 사연에는 온갖 진실이 숨어 있다. '요즘 학교에서는 집중을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학생들보다 제 아이를 두둔만 해대는 부모가 더 나쁘다. 그런 부모가 학교라는 제도의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부모들이 요즘 많다, 자숙하고 자숙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학교에는 도대체 제대로 말하는 교사들이 없었다는 말인가. 우리는 지금 사회의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학교라는 제도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에 봉착해 있다….'

왜 우리 사회에 이런 그림자가 드리워졌을까. 여러 가지 다양한 분석이 나올 수 있는데 그 중에 하나의 가설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바로 먹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거나, 몸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따위의 어수선한 행동 양상을 말한다. 이 증상이 내면화되면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증상이 가공 식품을 먹는 것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는 말이다. '청소년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충동성에 관한 연구'(부산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2008 연구보고서)에는 부산에 있는 19개 초등·중학교 총 601명의 학생과 2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가 들어 있다. 조사 내용을 뭉떵그리면 학생 8~20명 중에 1명꼴로 ADHD증상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학생 자기평가=초등생 9.6% 중학생 12.9%, 교사 평가=초등생 7.8% 중학생 5.1%). 심각한 수치다.

물론 ADHD증상은 여러 원인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 게임이용 시간과 텔레비전 시청시간의 과다도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가공식품의 섭취 횟수가 많다'는 것이 ADHD증상을 보이는 초등·중학생의 공통 원인이다. 설문의 가공식품은 햄버거 피자 치킨 라면 자장면 등이었다. 먹는 것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참 온당하다.

이 정도는 많이 아는 사실이다. 해프닝이 있었다. 어린이비만 예방 및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을 위한 고시와 관련해 식약청은 지난해 시중에 유통되는 피자 89%, 햄버거 80%, 컵라면 77%를 요주의 음식으로 검토했다. 열량은 많고 영양은 낮다는 이유다. 하지만 중간에 기준이 바뀌어 햄버거는 30%, 피자는 22%로 비중이 낮춰졌다. 삼척동자도 알 법한 일이었다. 당정은 부랴부랴 22일 햄버거, 피자, 컵라면의 80% 이상을 요주의 음식으로 다시 변경했다. 살찌는 것을 먹여놓고 살찐다고 짐짓 걱정이고, 짠 것 실컷 먹여놓고 물 켠다고 야단치는 꼴이 될 뻔했다.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도자기에는 '세상의 밥이 되자'라고 쓰여있다. '온전한 음식'이 그 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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