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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궁금 아줌마 :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란 게 뭐예요?
K할머니 : 매주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선인의 지혜를 이야기로 전하는 할머니예요. 일 년에 옛날이야기 서른 네 편을 외워서 유아에게 이야기로 전해줍니다.
궁금 아줌마 :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이런 유아교육 시스템이 생겼나요?
K할머니 : 2009년에 대구·경북의 일부 유아교육기관에서 30명을 선발해 시작한, 미래세대 인성교육사업이랍니다. 저는 2013년 제5기 이야기할머니 모집에 선발되어 2014년부터 김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 지자체가 주관하는 교육프로젝트에요.
궁금 아줌마 : 어떤 동기에서 이야기할머니가 되었나요?
K할머니 : 결혼하고 나서 가족 뒷바라지에 오롯이 자신을 바쳐 아들, 딸 결혼 시키고 나니 허전하고 소외감이 찾아 들더군요. 원래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미라 우울증까지 오려고 했어요. 이때 마침 공무원으로 퇴임한 남편 친구 분이 이 활동을 권해 응시했더니 운 좋게도 최종 선발이 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궁금 아줌마 : 선발에 경쟁률이 세다고 들었습니다.
K할머니 : 2013년도 제5기 선발에 전국에서 12대 1의 경쟁률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해 영남권에서 200명, 김천에서 7명이 최종 선발된 것으로 압니다. 점차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세졌는데, 근래에 정년이 생기면서 경쟁률이 약해지고 있더군요. 올해 제15기 이야기할머니를 뽑고 있지요.
궁금 아줌마 : 이야기할머니가 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되나요?
K할머니 : 매년 56세∼74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뽑는데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면, 2차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합니다. 그럼 전국에서 뽑힌 인원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박 3일간 단체연수를 받고 다시 광역자치단체별로 나뉘어 지역 거점대학에서 6개월 간 연수를 받은 다음, 구연 능력과 출석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현장활동 자격 부여 여부를 결정받게 됩니다. 새해 3월에 거주지 유아교육기관으로 발령을 받아요. 타 도시로 이주하면 그곳에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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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활동 모습(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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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아줌마 : 할머닌 얼마나 이 활동을 하셨나요?
K할머니 : 올해 10년째 드는군요. 별 재주도 없는 사람이 오래 했죠. 우리가 선발될 땐 정년이 없었어요. 그만큼 수요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궁금 아줌마 :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K할머니 : 봉사, 헌신 정신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류전형 때 이런 봉사실적을 많이 반영하는 것 같아요. 소가족, 맞벌이 부부 자녀를 내 손자·손녀 같이 돌보겠다는 활동의지도 중요하다고 보여져요. 어느 정도 구연능력도 있어야 하겠지요.
궁금 아줌마 : 남모르는 어려운 점은 없나요?
K할머니 : 매주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내주는 교재를 암기해야 해요. 수업 중에 교재를 보아 가면서 해도 아니 되고 동화구연식으로만 해도 안 된답니다. 저는 녹음테이프를 만들든지 구해서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도 듣고 또 들어가며 암기를 합니다. 백번이라도 들으며 그 주의 교재를 백퍼센트 암기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밤잠을 설치면서라도.
궁금 아줌마 :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변화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까?
K할머니 :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이 있으면 모른 체 하고 있다가 내 가까이 왔을 때 붙잡아, 포근히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며 얘기해 주면 얌전해지더군요. 한 학기 수업이 끝날 무렵 아이들이 감사의 그림편지를 써 줄 땐 저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가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삶의 정기를 받아오는 느낌이어요.
궁금 아줌마 :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도 느껴지나요?
K할머니 : 현장에서 느껴집니다. 근래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늘고 있어요.
궁금 아줌마 : 이야기할머니 자신도 인생에서 변화된 점이 있는 것 같습니까?
K할머니 : 이 나이에 누가 내게 사회적인 역할을 주겠습니까? 나를 반기는, 눈매 초롱초롱한 생명체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삶에 의욕이 솟습니다. 그만큼 일상이 즐겁고 보람되고 정신적으로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제 삶에 새로운 의미를 느낍니다.
궁금 아줌마 :주관하거나 관련되는 기관에 더 이상의 요구사항은 없나요?
K할머니 : 2022년도에 전국에 8,617개 유아교육기관에서 52만명의 아이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요. 내가 미래세대의 인성교육, 조손(祖孫)세대의 문화를 소통시키는 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인성교육 봉사를 하는 이 일이 내겐 로망스예요.
궁금 아줌마 :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에 대해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