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면 강바대에 소재한 ‘자동서원 2023 향사’ 봉행식이 29일 오전 11시에 개최됐다. 찰방공파 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향사는 김충섭 시장, 김석조 시의원을 비롯한 지역유림, 기관단체장, 주민 등 1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행됐다.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상의사(尙懿祠)에서 봉행된 이번 향사의 제관과 집사를 정한 분정기(分定記)에 따르면, 초헌관 김충섭 시장, 아헌관 이갑희 향토사연구회장, 종헌관 강장규 왕자사부공파 종회장, 홀기(笏記/제례 식순)를 맡은 집례 강희대 성주군 성주향교 원장, 독축관(讀祝官) 배연 김천청년유림회장과 강희곤 자동서원 원장, 알자(謁者/헌관(獻官) 안내) 강우규 등이 각각 그 역할을 맡았다.
서원(書院)은 조선조 중기 이후 선현(先賢)을 제향하고, 학문을 연구해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워진 사설 교육기관이다. 자동서원은 강설(姜渫)·강여호(姜汝㦿)·강석구(姜碩龜)·강이하를 배향한 서원이다.
자동서원은 영남 유림 555명이 1804년과 1806년에 두 차례에 걸쳐 서원 건립을 발의해, 1811년에 준공했다. “서원이 자양산 아래 동쪽에 앉았다”라고 하여 자동서원이라 명명했고, 남와 강설, 기재 강여호를 향사했다. 그 후 1868년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다가, 1927년 중수·복원되면서 강설·강여호 이외에 강석구·강이하도 함께 추향했다.
자동서원은 500여 평에 일자(一字)로 배치된 강학 공간과 제향 공간을 담장으로 구분했다. 강학 공간에 제창문(濟蹌門) 현판의 대문이 있고, 자동서원(紫東書院) 현판이 달린 강당에 양선재(養善齋) 육영재(育英齋)가 있다. 제창문은 ‘선비들이 아름답게 모인다’, 양선재는 ‘공부하며 인선을 함양한다’, 육영재는 ‘영재를 가르친다.’라는 뜻이다.
외삼문(外三門) 앞에 수호사적비(守護史蹟碑)가 세워져 있다. 사당은 ‘상의사(尙懿祠)’, 외삼문에 ‘헌명문’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풍수적 입지를 고려해 건축된 자동서원은 그 위치한 곳이 용(龍)이 뒤틀린 형상으로 강곡천을 끌어들인 비보적 성격을 띤 인공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자동서원의 뿌리는 1780년 연봉서당(連峰書堂), 사당은 세덕사(世德祠)로 강설(姜渫), 강여호 부자의 학덕을 숭모하며 문중의 자제와 다른 문중의 자제들을 교육하던 서당이다. 매년 봄가을로 향사하다가, 2000년부터 유림에서 3월 초정(丁)에 한 번만 향사(享祀)한다.
유림에서 행하는 서원 제사(향사)는 정일(丁日)을 사용한다. 음력으로 매월 초순(1일-10일) 정(丁)이 들어 있는 날이 ‘초정’(初丁)이다. 자동서원 향사는 3월 초정에 봉행한다. 정일(丁日)을 택하는 이유는, ‘정장성취(丁壯成就)’ 즉, 공부하는 사람의 예업(藝業)이 성취되길 희망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봄 제사는 향(享), 여름 제사는 체(禘), 가을 제사는 상(嘗), 겨울 제사는 증(蒸)이라고 한다.
한편, 염속산과 매봉산의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에 터 잡은 강평마을은 진주강씨(晋州姜氏) 찰방공파(察訪公派) 강이화(姜履和)가 1761년 구성 기를(耆老洞)에서 강바대로 이거한 이래 진주 강씨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다.
진주 강씨의 김천 입향(入鄕)은 도찰방을 지낸 14세손 강부(姜符)의 손자 남와(南窩) 강설(姜渫)이 구성 명문가로 임진왜란 의병장으로 우두령 전투, 지례전투, 공자동 전투 등지에서 명성을 떨쳤고, 지례 현감을 지낸 감호(鑑湖) 여대로(呂大老)의 사위가 된 것과 연관이 있다.
강설은 회덕 태생으로, 영남 남인학파를 이끌던 한강(寒岡) 정구(鄭逑) 문하에서 학문을 닦고 1612년 임자(壬子) 증광시(增廣試)에 합격해 진사가 되었으나, “과거는 사람을 누되게 한다”하며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병자호란 때 의병장으로 참전하다가 1628년 처향(妻鄕)인 구성 기를 마을로 낙향했다.
특히, 강설은 임란때 소실된 김산향교 중건을 위해 노력했는데, 선친의 유훈을 받든 강여구, 강여호가 향교의 면모를 일신해 흥학에 기여했다. 이들의 문덕(文德)을 추앙하던 안동 병산서원장 이제를 비롯한 영남 유림 555인 발의로 1804년 서원을 세우니, 자동서원(紫東書院)이다.
초헌관 김충섭 시장은 “영남 유학의 적통을 이어받은 남와 강설 선생의 뜻을 기리는 자동서원 향사 봉행을 통해 잊혀져 가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