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재편을 둘러싼 체제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과 중국·러시아 중심의 공산 진영 간의 대결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내지 패권 경쟁 또는 진영대결 형태의 체제경쟁은 기존 국제질서의 판을 바꾸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9~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주요 7개국협의체 : Group of Seven)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의장국인 일본의 초청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호주, 베트남, 인도(G20의장국), 브라질(차기 G20의장국), 인도네시아(ASEAN의장국), 코모르(AU의장국), 쿡제도(PIF의장국), 우크라이나(화상 참가) 등 권역별 주도국 6개국 등 총 9개국을 초청하여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토의할 예정이다.
한국은 2008년 일본 홋카이도 토야코 G8정상회의, 2009년 이탈리아 라퀄라 G8정상회의, 2021년 영국 콘월 G7정상회의에 이어 4회 연속 초청됨에 따라, 주요 경제협의체인 G20을 넘어서는 글로벌 리더국가 그룹인 G7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선도국가의 위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G7 정상회의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본위제도 기반의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와 1973년 1차 석유파동 등의 위기에서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구축방안을 모색하고 국제 정치·경제 사안에 대한 토의를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으로 구성하여 1975년 창설되었다. 이후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가 추가로 참가하여 G8로 불리다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으로 G8 회원국 자격을 박탈함에 따라 현재는 G7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른바 “선진국클럽”으로도 불린다.
이번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지속과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등 글로벌 현안들이 복합적으로 산재한 상황속에서, 인권·자유·법치 수호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들과 전통안보 관련 문제, 반도체 등 핵심물자 공급망 강화 등 경제안보 문제, 신흥국·개발도상국의 식량·에너지 조달문제, 기후변화 등 여러 글로벌 이슈들을 검토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일본 히로시마 G7정상회의 참가에 따른 의미와 기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역내 심대한 안보문제를 글로벌 이슈화하여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강화와 주민 인권유린 행위 비난 및 집단 규탄성명 발표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 압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의 워싱톤선언을 통해 공표된 북핵·미사일 확장억제 매커니즘인 핵협의그룹(NCG : 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과 핵 전략자산인 미해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정기적 전개활동이 향후 한미일 3국 간 핵확장협의체로의 확장을 위한 시험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G7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정상들은 북핵·미사일 대응공조를 위한 조기경보-정보공유-요격단계로 일체화된 3각 연합미사일방어체제 (MD)로의 확대발전 가능성도 전망해 볼 수 있다.
셋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군병력 철수, 에너지와 식량의 무기화 중단 요구 동참 및 종전이후 전쟁 피해복구 사업에 대한 참여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넷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전략 참여 과정 간 미국·일본·아세안 국가와의 연계와 협력을 유지한 가운데 포용성, 경제적 번영, 안보, 국제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 및 영토보존, 분쟁의 평화적 해결, 인권보호 목표를 적극 지지하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는 위상을 확보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다섯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 표명 및 중국의 불법적인 동·남중국해 해상영유권 주장, 매립도서 군사기지화 추구와 일방적 현상변경 행위 반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의한 남중국해 항해 및 상공비행의 자유보장 등 공동 요구 발표에 참여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가진 당당한 외교역량을 과시하는 기회도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이번 히로시마 G7정상회의 참가로 현재까지 총 4회 초청된 것은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기반의 국제질서 수호 의지를 포함한 글로벌 위상과 글로벌 문제해결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G7정상회의 멤버국가로의 정식 참여가 현실화된 확장된 형태의 G8정상회의 회원국으로 편입되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국제기여 외교정책을 중심으로 전통안보와 경제안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실사구시적 실용 융합외교 추진에 신뢰가 간다. 특히 이번 히로시마 G7정상회의 참가를 통해 우리의 국익과 국격을 제고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위상과 비젼을 구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필자 : 박범진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 연구위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