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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김천시단 - 해당화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05.23 11:08 수정 2024.05.27 11:08

이경안/시조시인·전 김천시문학회원

 해당화

이경안/시조시인·전 김천시문학회원

냇물이 깊고 깊어도
돌 속엔 물들지 않고

수 만 번 생각해도
님만은 나의 님인 걸

해당화
어둠이 지듯
마음 한 번 열어 주오

천둥이 요란해도
청산이 무게롭듯

님이여 당신 창엔
꽃잎 같은 맘이 있오

하늘 끝
닿는 그리움
엉클어진 해당화여.

■ 해당화를 쉽게 볼 수 있는 철이다. 동요 ”바닷가에서“(장수철 사, 이계석 곡)는 ‘해당화 곱게 핀 바닷가에서’로 시작한다. 전통가요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이미자 가수의 대표곡 중 하나인 ”섬마을 선생님“(이경재 사, 박춘석 곡)은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로 시작한다.
해당화의 꽃말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지만 열정적인 사랑과 매력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이란 공통성을 지닌다.
경남 창원 태생의 이경안(李炅晏)은 김천시문학회원이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당선(1972), ”시조문학“(1972. 봄호)에 천료하여 문단에 나왔다. 인근의 계림사, 고방사에서 승려생활을 하다가 환속하여 김천에서 불교용품을 경영하며 살았다. 그는 주로 구도자의 고뇌, 자아와 세상을 깊이 성찰하는 작품을 썼다. 수필집에 “하산하는 언어들” “밤비, 차라리 소나기 되어라” 가 있다.
시적 화자는 돌과 청산같이 쉽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는 ‘님’을 애타게 희원한다. 그 ‘님“은 누구일까. 결별한 생의 반려자일까. 부처 또는 불교의 진리나 피안의 세계일까. 만해 시인이 희구하던 ’님‘을 연상케 한다. 이 ’해당화‘는 헝컬어져 있기에 더욱 애절하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서 그러하듯, 시적 화자는 심오하게 고뇌하고 성찰하며, 대상을 열정적으로 희구한다.
이 시조시인은 구도자로서의 생을 무척 곡진하게 산 탓인지 아쉽게도 짧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음을 들었을 때 지역 문단에서 올곧은 시조시인 한 사람이 어디론가 떠나간단 느낌을 받았다.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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