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역을 빠져나오면 역전 광장 왼쪽에 뉴욕제과점이 있었다. 양 옆에 세시로 만든 진열창이, 그 가운데 역시 세시로 만든 출입문이 있었다. … 어머니는 늘 케이크 상자나 포장용 비닐을 쌓아두는 1번 테이블 한쪽에 앉아서 낮에는 출입문 쪽을, 밤에는 텔레비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남은 뉴욕제과점의 모습은 그와 같았다.”
김연수의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에 들어있는 단편소설 「뉴욕제과점」의 한 부분이다. 한국 문학 최초로 한강 작가의 소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한국의 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는 이즈음이다. 한국 문학의 세계화 시작되었다고들 야단이다.
지난 24일 김천시립도서관에서 김천학콜로키움(대표 박인기) 주최로 김천 출신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 갖는 지역공간성을 음미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김연수 소설과 문학의 지역공간성”이란 제목으로 서울의 우한용 소설가(서울대 명예교수)가 김연수 작가의 자전소설 「뉴욕제과점」
이 지역문화와 역사의 맥락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풀어낸 특강이었다. 윤옥현 김천대 총장, 김석삼 전 경북대 공대학장, 박삼봉 전 김천교육장, 김창겸 김천대 교수, 민경탁 시인을 비롯한 지역 문학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은 질의응답을 자유롭게 이어가며 꼬박 두 시간을 재미있게 채워갔다.
한국의 현대소설에서 최초로 김천이 등장하는 작품은 염상섭의 「만세전」이다. 1917년 당시 김천 평화동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작품의 주인공이 김천 역전 평화동에서 첩을 두고 사는 사촌형을 방문했다가 불쾌감을 느끼고 서울행 열차를 타고 다시 올라가는, 일제 강점기의 김천 정경이 묘사되었다. 김천이 별로 긍정적으로 그려지진 않았다. 김연수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김천과 지역 연고를 가진 김연수 작가가 김천에 대한 배경과 소재로 쓴 소설 9편이 모인 소설집이다. 이날 우한용 강사는 이 소설이 지닌 지역 연관성과 문화적 맥락을 흥미롭게 짚어내며 소설 문학 속에서의 ‘김천다움’을 톺아내었다.
김연수는 김천고, 성균관대 영문학과를 거쳐 애초에 시로 출발, 1994년 『작가세계』에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등단, 이상문학상 대상, 황순원문학상 등등을 수상하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중견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