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는 흐린 물에서도 잘 산다
미꾸라지는 아시아에서 채취하기 쉽고 맛이 좋아 선사시대부터 식재료로 사용해 왔다. 지금도 요리 재료로 수요가 많다. 미꾸라지를 잘 잡는 남자에게 시집을 와서 신혼 때부터 미꾸라지 요리 솜씨를 몸에 익혀온 여자가 지역사회에서 제일 가는 추어탕 식당으로 일궈낸 회고록이 나왔다. 자신의 가정사와 영업점 성공담을 진솔하게 풀어낸 인생 회고담을 담아낸 책이다.
미꾸라지는 흐린 물,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산다. 우리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절, 논에서 소규모로 미꾸라지를 키워서 식용하거나 팔아서 용돈벌이를 하기도 했다. 이 미꾸라지 잡는 통발을 차에 싣고 다니는 남자와 결혼해 살면서 미꾸라지 생리를 잘 알아, 맛있기로 소문난 추어탕 식당으로 키워낸 이경자 사장의 일상적 에피소드가 흥미롭게 전개돼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년으로부터 성장기, 시집와서 미꾸라지를 자주 접하게 된 경위, 커텐 가게를 하다가 화재를 만나 엉겁결에 추어탕집 문을 열게 된 과정, 그 과정에서 겪은 돈과 인정에 얽힌 사연들 등등을 숨김과 과장 없이 펼쳐 보인다. 그러면서 나이 들어 곡절 끝에 보게 된 손자, 그 손주에 대한 사랑살이,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려 감천 길 걷기운동으로 행복과 동행하는 인생살이, 추어탕 집 경영 성공담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는가 하면 인문학 강의를 듣다가 마침내 이 책을 내게 된 동기와 과정을 실감 있게 펼쳐낸다. 읽다보면 저자 이경자의 인생 축소판이란 느낌이 든다.
이경자 사장은 식당을 경영하는 한편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식당이 미술관과 가까이 있는 덕분에 도슨트와 큐레이트 교육을 받으며 현대미술가와 조각가, 사진작가들 작품에도 남다른 감식안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추어탕 식당의 창문과 벽을 명화나 명작 사진 작품으로 장식해 놓은 것을 아는 이는 안다. 이해인 수녀의 시문학에도 심취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다가 보면 저자의 인성과 인생이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가식과 은폐와 왜곡을 모르고 인생을 살아온 듯하다. 어떤 처지와 현상에 부딪혀도 진심을 잃지 않으며, 매사에 근면하게 살아왔고 살아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추어탕 식당 경영에서도 뭘 감출 줄도 과장할 줄도 모르고 손님을 대하니 지금도 시장과 교육장, 교육감이 찾아온다고 술회한다. 애초 추어탕 식당을 시작할 때 바로 곁에 지역사회에서 제일 이름난 추어탕집이 있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제일 이름난 추어탕집을 곁에 두고도 일상에서 익혀온 추어탕 요리 솜씨 하나만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성공할 수 없었으리라. 진심과 근면이란 두 요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세상에 일러준다.
앞으로도 이경자 사장의 글쓰기는 아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뭔가를 또 낳을 것 같다. 수필집이나 시집이 나오지 않을까, 더 나아가 자서전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독자는 일상적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한 개인의 인생 서사에서 삶이 고달파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대하면서 진심과 근면을 지키면 무엇에서든 끝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왜. 미꾸라지는 흐린 물에서도 잘 사니까. 이경자의 회고록 『내 인생 내 어깨에 짊어지고』(소락원)이 갖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민빛솔(시인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