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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노란봉투법이 드러낸 입법의 무책임 - 졸속 입법의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른다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6.07.22 11:34 수정 2026.07.22 11:34

조상명 교수

■ "문제없다"더니 몇 달 만에 스스로 인정한 입법 실패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혼란이 시행 불과 몇 달 만에 현실이 됐다. 공장 신설과 투자, 성과급 배분 등 기업의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뒤늦게 정부에 쟁의 대상의 기준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대통령령과 시행규칙, 행정지침 등을 통해 사회적 분쟁을 줄이라는 주문이다.

ⓒ 김천신문
그러나 지금 정부와 여당이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준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다. 왜 이런 혼란이 발생했는지 국민 앞에 설명하고, 입법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법률은 명확해야 한다. 제정 당시부터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특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이라는 문구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과도하게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법안을 추진했다. 법 시행에 따른 분쟁 가능성과 산업 현장의 혼란보다 정치적 명분이 앞섰고, 반대 의견을 수렴해 법률 문구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은 충분하지 못했다.

결국 시행 몇 달 만에 대통령이 직접 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논란이 커지자 다시 기준을 손보겠다고 하는 것은 현행 법률과 해석 기준만으로는 분쟁의 경계를 충분히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 시행령으로 봉합할 수 없는 법의 모순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해결 방식이다. 정부는 대통령령과 시행규칙, 행정지침 등을 통해 혼란을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의 모호성을 하위 규정만으로 해소하려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시행 후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기준을 손보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그 사실을 보여준다.

법은 시행되기 전에 국민과 기업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어디까지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인지를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투자와 공장 신설은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경제와 일자리, 국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러한 경영 판단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이 장기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 사과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입법의 책임
정부와 여당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석상의 혼선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법률 문언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면 하위 규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회가 법률을 다시 손보는 것이 순리다. 노동권과 경영권의 경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친노동도, 친기업도 아니다. 노동권은 두텁게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정당한 경영권과 투자 자율성을 보장하는 예측 가능한 법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구호보다 치밀한 입법과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입법권은 권한인 동시에 책임이다. 충분한 검토 없이 법을 만들고, 문제가 드러나면 하위 규정으로 봉합하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 책임을 외면하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특정 법률이 아니라 국민의 법치에 대한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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