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족, 친구, 부부 등의 ‘관계’라는 평범하고 익숙한 소재를 참신하고 날카로운 주제의식으로 투시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 전작 「마요네즈」에서 이데올로기와 허위의 장막을 걷고 새로운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해냈던 작가는 이 소설에서도 역시 예리하게 벼려진 시각으로 사회의 단면을 잘라냈다.
가난에 의해 와해되어가는 혈연, 아마추어적인 삶과 현실이 충돌하면서 남게 되는 상처, 남성이 부재하는 상황을 극복해가는 여성적 유대의 모습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그렸다.
재미있는 TV단막극을 보듯 단단하게 짜여진 각각의 소설들은 의미와 재미를 함께 제공해 준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다가 어느새 연기를 하듯 입을 열어 조그맣게 따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지와 디테일이 부각되고 정작 이야기는 없어진 요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을 이 소설집에서는 느낄 수 있다.
지은이 소개
전혜성 -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장편소설「마요네즈」로 제2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트루스의 젖가슴」이 있다. 대산창작기금, 문예진흥기금을 수혜받았다.
책 표지 글
진혜성은 항시 生의 정면을 독하게 응시한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더 가까이,
더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 미시세계이다.
¨딸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녀의 정치한 마술 같은 언어는, 교묘히 웃음으로 위장된 인간관계나, 비정하나 질서 있는 듯이 보이는 사회적 메커니즘까지 극사실화함으로써, 생에 대한 분노, 절망, 좌절이 더 이상 아픔, 슬픔일 수 없게 만든다. 그녀의 눈은 스스로 사는 해학이며 익살이다. 너무도 낡고 남루해진 희망이란 낱말을 그녀는 물 오른 나무의 초록 함성으로 바꾸고 있다. - 서영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