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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종합 종합일반

아직 봄

김천신문사 기자 입력 2004.05.14 00:00 수정 0000.00.00 00:00

김매자(주부·부곡동)

진달래가 지는 모습을 보며 가는 봄이 아쉬워 괜스레 남편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주위가 온통 꽃천지이다. 찾아가서 본 매화꽃, 산수유를 비롯해서 송설로와 직지사 벚꽃까지… 예년보다 개화기간이 긴 것인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예년보다 편안해진 마음 탓에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사고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라고 했던가?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고 채우지 못한 허기진 욕망으로 마음이 들끓고 있지나 않았는지.
대부분의 엄마들은 첫애에 대해서 못마땅한 부분이 많을 것 같다. 특히 난 딸애에게 그것이 심했음을 인정한다. 또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기 자녀에 대해 성적이 아니라 인성적인 어떤면이 마음에 든다 안든가 평가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평가의 기준 밑바닥에 성적을 자신도 몰래 깔아 놓은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이켜보면 90% 이상이 성적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던 것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을 때를 생각하면 성적이야 어떻든 건강하기만 하라고 갈구하던 심정은 어디로 가고 간사한 마음은 그렇게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교양이 있어 보이는 목소리와 태도를 가진 엄마를 만나면 나 자신도 모르게 저 엄마도 화가 나면 나처럼 소리 지르고 애들에게 화를 낼까 아니면 아주 이성적으로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까 그것이 참 궁금해졌다.
그런데 한가지만 비우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나 자신도 딸애도 참 많은 상처를 주고 받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 같다.
화창한 봄날 딸애를 데리고 꽃길도 걷고 꽃에 대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새삼 나도 모르는 식물 이름을 딸애가 많이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성적이 아닌 다른 면에서는 참 대견하리만치 많이 성숙해 있고 그렇게 화내고 스트레스를 줘도 엄마 기대에 응하지 못한 자신을 미안하게 생각하는 마음까지 지닌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봄 딸애는 내게 봄이 가고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진달래 지고 나면 철쭉이 피어 나는 아직도 봄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해 주는 다시 한 번 봄을 만끽하게 해 주는 효녀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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