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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한 농업인이 틈틈이 쓴 150편의 시를 공개하고 시집을 낼 꿈에 부풀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구성면 흥평2리 점터에서 대이어 농업에 종사해온 강희욱(63세?사진)씨. 이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를 지낸 외에 특별히 내세울만한 경력이 없는 강희욱씨가 같은 면 출신으로 현재 아포읍 국사리에 거주하는 채명호 시인을 찾아가 “이런 것도 시라고 할 수 있는지 좀 봐달라”고 내놓아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졌는데 비록 서툰 솜씨이기는 하지만 감동을 주는 시도 여러 편 눈에 띈다.
앞 뒷산/먼 산 심산에/엎어놓은/함지박 속 그 많고 많은 님들/하나같이 말이 없구나/태어나/죽어간 그 길에/천만년 두고 보라/흔적하나 남긴다/남긴 흔적 다르고 같으니/문패를 아니 달고/같이 하늘 보는 것
‘무덤’ 전문이다. ‘다방아가씨’라는 제목의 시는 웃음을 주는 시다.
똑똑똑/아스팔트 위/여운 남기고/내 집 앞을 오가는/다방 아가씨/하루 두 번/옷을 갈아입는다/캉캉치마 쫄바지/뭇 늑대 혼 빼러 간다/사향 냄새 풍기며/오늘도/내 집 앞을 오간다/다방아가씨
이와 다른 분위기의 서정시 ‘가을 소리’를 보자.
쥐꼬리만한/가을해 성큼성큼/산그늘 내리는 소리/가을비 찔끔찔끔/바람 지나가며/가로수 은행잎/털어내는 소리/귀 세우면/내리는 서리도/님 오시는 발자욱 소리
“이런 것도 시가 되겠어요? 부끄럽습니다.”
성의중학교 다닐 때 백일장에 나가 몇 차례 입상한 덕분에 중학생 신분으로 연애편지를 대필해준 경험은 있지만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20년 가까이 시를 써왔다는 강희욱씨. 태풍 ‘루사’피해로 집이 무너져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분량의 시를 잃고 말았지만 앞으로도 이 일은 계속하고 싶단다.
“형편이 되면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습니다. 감히 시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내 마음이 담긴 시를 책으로 만들어 우리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입니다.”부인 서임순씨와의 사이에 딸만 넷이라는 아마추어 시인 강희욱씨의 소박한 꿈이다.
공무원 출신의 채명호 시인은 “시 쓰는 공부 좀 하면 시인이 될 소질이 있는 친구”라며 “출판사를 통해 시집을 꼭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