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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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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의 부모도 부양하기 힘든 각박한 요즘 세상에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봉양한 사람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새마을교통봉사대 부지대장인 최서윤(62세)씨이다. 최 씨는 김천시의 각종 행사가 있는 날이면 멋진 제복차림에 미소 띤 얼굴로 교통봉사를 펼쳐,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한다. 새마을교통봉사대 초창기 멤버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최씨는 “교통봉사 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그 이유로 “사람은 내말을 잘 안 듣지만 차들은 내말을 잘 듣거든요”라며 웃는다. 이런 최 씨의 모습에선 시어머니를 봉양하느라 지친 내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내 가족을 내가 모시는 건 당연한 거죠”라는 최씨는 시어머니 이태춘(102세) 씨를 92년도부터 25년간 봉양해왔다. 2011년에는 외동아들인 친정오라버니가 갑자기 지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홀로 남게 된 친정어머니까지 막내딸인 최씨가 함께 돌봐왔다. 2년 전 94세로 친정어머니가 먼저 별세하자 홀로 남은 시어머니가 적적해해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동네행사 등에 업고 다니며 더욱 극진히 모시고 있다.
친정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셔서 서운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어머니가 먼저 가시고 친정어머니만 남으셨으면 시어머니께 미안해서 남으신 분께 잘해드리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최 씨는 “두 분 모두 치매를 앓으셔서 대·소변을 다 받아냈는데 기저귀를 갈아드리는 잠깐 동안 이불에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양쪽 이불빨래로 허리 펴는 날이 없었다”고 두 명의 어른을 함께 돌보던 그때를 떠올리고 “두 어른께 똑같은 옷을 사드려도 시어머니가 질투를 많이 하셨다”며 시어머니와 남편눈치가 은근히 보여 “몸보다는 마음의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셋째며느리인 최씨가 당시 78세였던 시부모님을 봉양하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유별난 성격 때문이었다. 동네에서는 당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강한 성격에다 욕쟁이로 이름난 시어머니를 감당해낼 며느리가 없었다. 남편이 “내가 모시겠다”고 상의도 없이 성급하게 내린 결정 탓에 대구에서 아포로 귀농하며 처음엔 부부싸움도 했지만 이내 “내가 모셔봤자 10년 더 모시겠나”라는 생각에 시어른과 최씨 부부, 자녀 3대가 함께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10년 정도로 생각했던 부양기간이 25년으로 늘어나며 강한 성격의 욕쟁이 시어머니는 이제 며느리를 딸보다 더 따르는 순한 어린아이로 변했다.
“저는 말대꾸를 하지 않았어요. 그냥 어머니가 역정 내시면 듣기만 했어요. 그러다 나중에 둘이 앉아 집안일을 할 때 예전에 서운했던 거나 제 입장을 설명하면 어머니가 ‘그래 니말이 맞다’고 이해해주셨죠.”
얼마 전엔 최씨가 병원에 입원하게 돼 시어머니를 인근 시누이집에 잠시 맡겼는데 며느리만 찾으며 집에 가겠다고 떼쓰는 바람에 힘든 한편 그동안의 보람도 느꼈다고 한다.
최서윤씨는 손재주도 남달라 시어머니의 침대도 직접 만들고 집안의 소가구들도 뚝딱뚝딱 쓸모에 맞게 만들어낸다. 어른들을 더 잘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땄으며 장구실력도 수준급이어서 예전엔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지금은 마을잔치에서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인터뷰 차 들른 집 마당에서는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비를 피해 쉬는 모습을 보며 말못하는 동물들에게도 먹을 것을 챙겨준 집주인의 인정스러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을 모시게 되면 가정에 중심이 잡힙니다. 외출해서도 집에 일찍 들어가게 되고 밥도 같이 챙겨먹게 되니 좋은 점이 많아요. 이제 바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어머니가 편안하게 계시다가 안 아프게 가시는 것만 빼면요.”
신실한 불자인 최서윤씨는 마지막 바람으로 시어머니의 편안한 임종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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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봉사하는 최서윤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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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정어머니를 함께 모시던 때 동네어른, 시어머니와 함께 건강체조하는 최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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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윤씨가 만든 시어머니 침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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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장에 모시고 가 휠체어에 태워 공연 관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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