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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고- 섣달 그믐날의 새벽 잔상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17.12.27 09:45 수정 2018.01.05 09:45

송언석(전 기재부 차관)

ⓒ 김천신문
 한껏 웅크린 매복 자세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던 어둠의 병사들을 조용히 도려내고 새벽닭 울음소리를 진군나팔 삼아 새로운 빛의 첨병들이 낮은 포복으로 전진해 들어오는 이른 새벽. 2018년 새아침이 다가온다.

애시 당초 시간은 영원히 연속된 탄생과 소멸의 ‘melting pot’ 이거늘 굳이 인위적으로 24토막 내어 하루를 만들고 365개비씩 모아 해를 가르는 것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시간을 지배한다는 착각 속에 자기 위안을 삼기위한 전략인가?

늘상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면 다사다난했던 한해라는 표현이 인구에 회자된다. 그러나 2017년 정유년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적은 잘 없었으리라. 마지막까지 지속된 촛불집회의 결과 사상 초유의 사태인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었고 장미대선을 거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과거 정부와 달리 새 정부의 정책이 실제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을 터이다. 초기 몇몇 이벤트성 장면에서 국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인사에 대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언론의 지적이 있기도 했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5대 공직 배제 기준’은 수정과정을 거치면서 사실상 수명을 다한 셈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새 정부의 인사 패턴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경주 지진 때 이미 자연재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진 대응은 여전히 허둥지둥 엉망이었다. 최근의 목동 이대병원 신생아 사망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고 등 일련의 사회적 재난들은 관리체계의 부실로 인해 차라리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데자뷔 라고나 할까. 세월호 사고 대응의 문제가 전 국가적 이슈가 되어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되기까지 했으나 잘못된 경험에서 배우는 교훈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임을 솔직히 자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고착화되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구태의연한 행정규제들이 조속히 정비되기를 바란다. 기업들의 창의와 혁신적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하여 경제를 불꽃처럼 피워야한다. 재래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도 필요하다.

소위 ‘퍼줄리즘’이라고 까지 불리는 과다한 복지정책으로 후손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재정과잉이 초래되거나, 국가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향으로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

묵은 해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세속의 상념에 시달리는 것도 잠시, 심연을 알 수 없을 정도의 짙은 고요와 무거운 어둠의 포박에 질겁해 있던 사상(事象)들이 다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면 기도의 시간이다.

‘자기에게 맞지도 않은 옷을 걸치려고 탐욕을 부리지 않게 도와주소서. 갈라진 민심을 통합 치유하기보다 반목으로 인한 갈등에 올라타 개인 영달을 추구하지 않도록 경계하여 주소서. 영혼의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든 이들이여, 당신의 새벽을 오게 하소서.’
온몸으로 추위와 맞부딪치면서도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청소부들이 밤새 도려낸 어둠의 부스러기들을 열심히 비질하여 모을 때 2018년 무술년의 첫 출발을 알리는 새벽기차의 우렁찬 기적소리와 함께 완벽하게 세탁을 마무리한 시간이 다시 우리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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