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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김천의 성정현(46세)씨가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내 집은 공중그네 어둠에 주추를 놓고/ 아무도 깃들지 않은 바람으로 엮은 처마/ 벼랑을 짚고 짚어도/ 하루살이만 숨죽이고// 언제쯤 우리도 남루한 저녁 한때/ 끼니 걱정 하나 없이 마음의 빚도 없이/ 단 한 번/ 사랑을 위해/ 날아오를 수 있을까// 바지랑대 선회하던 그림자 길어지면/ 너를 포획하기 위해 중심에 붙박인 몸/ 열두 번/ 허물을 벗어/ 허공으로 길을 낸다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호랑거미’ 전문이다.
심사는 이지엽·김일연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당선작‘호랑거미’는 시적 대상인 ‘호랑거미’를 통해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단면을 밀도 있게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흠이라면 너무 무난하게 시상을 전개하면서 정직하게 마무리를 하고 있어 개성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이 작품은 시조의 율격을 잘 지키면서도 욕심내지 않고 단아하게 상을 이끌고 있는 장점이 돋보였으며 ‘중심에 붙박인 몸’은 마지막 상승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산고의 노력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성정현 시인은 당선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혹이 넘었지만 여전히 성장통으로 나를 지탱해준 시조. 언제부턴가 가슴에 품고 살았던 시어들을 꺼내어 다듬다보니 늘 조바심이 앞서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스승들께서는 하루에 3시간, 10년을 밀고 천천히 가다보면 조금은 눈이 뜨이게 될 거라고. 그리고 등단이라는 관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늘 잊지 말라고 일깨워주셨습니다. 걸음걸음 길목마다 사람과 자연, 우리 주변의 기쁨과 슬픔의 일상들을 외면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안이 되는, 결 고운 나무에 새겨진 판화 같은, 독자의 가슴에 남는 올곧은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상주 출신의 성정현씨는 현재 한국MHS 심리상담사로 재직하며 시조공부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