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신문
긴 머리와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9번 중매인 김하정(46세)씨는 얼핏 30대로 착각할 정도의 미모에 친절한 응대로 과일을 사러온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과일의 착한 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상냥함까지 더해지니 춥고 황량한 공판장이 그녀로 인해 한결 밝아지는 듯하다.
요즘같이 살을 에듯 추운 날씨에 바깥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장사하는 그녀에게서 힘든 내색은 찾아볼 수 없다.
김하정씨는 “엄마가 40여년을 이 자리에서 중매인으로 일하셨는데 몇 년 전부터 몸이 굳어지는 다계통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돼 2년 전부터는 제가 본격적으로 장사를 떠맡게 됐네요”라며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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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2014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며 평소 있던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 여러 번의 자살시도까지 했었다.
“지금은 암 발병 3년이 지나 많이 안정적이지만 우울증은 아직 치료단계”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김씨에게 하나뿐인 아들 박한솔(25세)군은 제일 큰 힘이 된다.
김천혁신도시에서 국가대표태권도장 사범으로 근무하는 아들 박군은 “엄마가 내 세상”이라 표현할 정도로 효자에다 매달 꾸준히 용돈을 챙겨주고 수시로 손 편지도 써준다고.
김씨는 “아직도 엄마가 잘못될까봐 걱정하는 아들이 매일 우울증약을 챙겨준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하정씨 또한 제일 큰 소원이 “엄마가 빨리 나으셔서 안 아팠으면 한다”고 말해 효심이 이 집안내력임을 보여줬다.
김씨는 매일 10~20㎏의 과일상자는 기본으로 들어야 하는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로 인해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말하고 “건강을 위해 매일 산을 타기 때문에 힘쓰는 일이 어렵지 않고 또 과일을 사러 온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아무 잡생각이 들지 않아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