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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평소 정치에 야망을 두고 풍운아로 살아온 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유명한 점술가를 찾아갔다.
“제가 이번 선거에 당선되겠는지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상대방을 한참동안 솜솜 살펴보더니 “출마하지 마시오.” “아니 도사님, 이미 출마를 해놓고 당선되겠는지를 알아보러 왔지, 출마여부를 물어본 게 아닌데요.” “당신 인상을 딱 보니까 낙선되면 폐가망신살이요 당선되면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오.”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발길을 돌려 결국 뜻을 굽히지 않고 출마하여 낙선의 고비를 마셨다. 그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몇 번의 선거에 계속 출마하여 번번이 떨어진 후 있는 재산 모두 탕진하고 백수건달로 살다가 선거후유증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판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도 하여 어째 좀 씁쓸한 느낌이 든다. 많은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 중에는 전과자가 몇 퍼센트라는 기사를 보면서 선뜻 수긍이 안 갈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오는 6월에 실시되는 선거에도 광역단체장 및 의원, 지역단체장 및 의원, 교육감 등 한꺼번에 다섯 장의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대단위 선거를 치르게 된다.
벌써부터 시내 전망이 좋은 건물의 벽에는 어김없이 큼직한 출마자의 사진이 인쇄된 대형 간판이 시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누가 누군지 혼동하기 이를 데 없고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누가 되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특히 전직 두 분의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정치판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예술…….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을 주는 곳을 발견할 수 없다. 그 중에도 정치권이 국민의 신임을 가장 못 받는 것 같다. 하기야 정치권의 불신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갈수록 확대되어 나라를 점점 혼미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저마다 정치권 물갈이를 외치고 있지만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제 정치에 식상해 있다. 진흙탕 물에 새 옷을 갈아 입혀 들여 넣은들 새 옷이 얼마를 지탱하겠는가? 웃기는 일은 개혁 대상자가 개혁을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아이러니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 같은 소시민은 그저 바라만 볼 뿐, 판단할 지혜도 힘도 뾰족한 묘수도 없다. 그저 나라가 잘 되길 빌 뿐, 이 판국에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만 ‘저 사람이 당선되면 나라가 망하고 낙선되면 본인이 망한다’는 말이 이제는 안 나왔으면 싶다. 각 지방마다 다섯 사람의 새 인물을 뽑아야 하는 이번 선거가 이제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회복하기는 너무나 기간이 짧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량한 유권자들은 그래도 참신한 새 인물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성실하고 양심적인 정치인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낙선자 운동을 펼 것이 아니라 당선자 운동을 펼치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정치권이 앞장서서 신선한 새 바람을 일으켰으면 싶다.
이제는 수신제가(修身齊家)하지 않고서는 치국(治國)할 수 없고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속이고는 단체장이나 의원에 절대로 당선 될 수 없다는 세상이란 것을 정치인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낡고 묵은 틀에 안주하려는 정치가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설 때다. 그리고 냉철한 판단력과 현명한 대처로 정치인에게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깨끗한 유권자들의 양심으로 난국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줄 안다.
각종 친목회ㆍ향우회ㆍ계모임ㆍ산악회ㆍ동창회ㆍ생활운동 단체 등을 빙자한 후보자와 인맥을 연결하여 금품이나 향응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치르지는 선거는 이와 같은 유권자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한 점 부끄럼이 없는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여 새 정치가 이 땅에 뿌리 내리도록 21세기에 부응하는, 세계를 주도하는 지역 건설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당선되면 본인은 물론 지역도 잘되고 낙선해도 본인이 망하지 않는 선거풍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