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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애라 씨 |
ⓒ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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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애라(56세) 씨가 2020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됐다.
윤 씨는 2004년 ‘자유문학’ 신인상 당선, 201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에 이은 영광을 안은 것.
바람도 숨 고르며 앉아 쉬는 파장 무렵/청각 장애 부부가 하루를 결산한다/손목에 감긴 말들이 좌판 위에 떨어지고//하루 종일 졸고 있던 파 한 단에 이천 원/쪽파의 매운 인생 손톱 밑은 아려와도/숨었던 말문이 활짝, 꽃으로 피어난다//입으로 다진 기약 소리로나 묶던 다짐/저 고요한 소란에 싹둑 싹둑 잘려 나간다/반듯한 말들은 어디, 숨을 데를 찾고 있고//달콤한 고백인가 아내 얼굴이 환해진다/젖은 어깨 부딪치며 손으로 가는 먼 길/초승달 온몸을 기울여 남은 달빛 쏟고 있다
당선작 ‘고요한 함성’이다.
‘고요한 함성’은 노점상을 하는 청각 장애 부부가 몸으로 말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능숙한 비유를 통해 형상화했다. 이를테면, “숨었던 말문이 활짝, 꽃으로 피”는 생명력이나 “초승달 온몸을 기울여 남은 달빛 쏟고 있다”와 같은 우주적 감성은 대상 세계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다른 작품에서도 당선작에 버금가는 기량을 확인 할 수 있어, 이견 없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했다.
인물들의 능숙한 비유를 통한 형상화가 돋보였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윤애라 씨는 “막연하게 행운을 기다리며 이 겨울의 벼랑 끝에 서 있던 나는 뜻밖에 신춘문예 당선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 허공이 내 발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비로소 발걸음을 한발 앞으로 내딛는 느낌을 받았다”며 당선소식을 전해들은 당시의 심정을 이같이 전했다.
윤 씨는 “시조는 줄곧 괄호를 만들어놓고 내게 질문을 했다. 정형의 틀은 마치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처럼 힘들고 재미있었지만, 시조의 옥죄는 여유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고 뱉어낸 말들을 주워 담던 수많은 밤, 어지러운 말들의 진창에 곤두박였다가도 다시 일어서던 새벽빛, 여전히 괄호는 두 개의 밝은 초승달처럼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독자의 심장을 달구는 말들을 찾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헤매야겠죠.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이제 떳떳하게 새 자루를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사 권숙월 시인과 노중석 시조시인에 대한 감사인사도 덧붙였다. 또 교인으로서 하나님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윤애라 씨는 2018년 백수문학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백수 시조아카데미, 김천문인협회 회원이며 논술 교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