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백수문학제의 올해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김천시의회에서 예산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백수문학제는 김천출신 시조시인 백수 정완영 선생을 기리고 그의 문학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행사다. 2004년 ‘백수백일장 및 백수전국시조백일장’으로 시작해 2009년부터 백수문학제로 명칭이 바뀌긴 했으나 15년 간 매년 열려온 지역대표 문화행사다.
2015년부터는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김천시와 경상북도 후원으로 백수문학상을 제정해 신인상과 함께 시상하며 문학계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해에는 백수 정완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도비 1억, 시비 1억 총 2억원의 예산으로 행사가 치러졌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백수문화제 개최지원 사업비 6천600만원을 비롯해 백수문학관 운영을 위한 사무관리비 1천928만원까지 모조리 삭감됐다.
시의회 상임위원장과 예결위원장에게 삭감이유를 물어보니 “일부 운영비만 삭감된 것 아니고 전액삭감 됐냐”고 오히려 반문하고 “처리할 상정예산이 너무 많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으나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답했다.
상임위 회의록에 나온 삭감이유는 “김천시를 바깥에 홍보 한다든지 문학을 하는 후세들에게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모 의원은 “백수 선생이 어느 정도는 명성이 있겠지만 이분 아니어도 다른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굳이 이분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예산 삭감 후 그와 관련한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다”고 말해 15년 간 지속돼 온 행사가 중단된 데 대해 유족과 제자 등 관련인의 항의가 전혀 없었던 것에 대한 의문이 들게 했다.
김천예총이나 문인협회, 백수문화기념사업회 어디에서도 예산삭감에 대한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지역 문인은 “백수 정완영 시인은 한국시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대한민국 시조문학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그 브랜드가치는 대단하다”고 평하고 “백수 선생의 제자를 비롯한 지역 문인과 백수문화기념사업회 재단을 창립해 이사장을 맡은 유족 간 불화는 이미 오래된 일”이라며 “기념사업회에서 백수관련사업을 맡는다면 지역문인은 예산문제에 아무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백수문학상을 운영해 온 예총관계자도 “삭감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지난해부터 백수문화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해 온 일이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00주년 행사는 운영위원회와 위원장을 따로 두고 운영했기에 제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가 물론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김천분들이 만든 일”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처럼 백수예산전액 삭감의 상황에서 관련인 모두 깊은 감정의 골만 드러낸채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추경에서도 예산이 살아날 기미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