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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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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시인이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한 지 8년 만에 첫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를 출간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시인선 23으로 출간된 시집은 ‘불온하지만 살아 있는 형태로’, ‘당신에서 당신까지’, ‘희미한 층위들’, ‘인공감정’ 등 4부로 나눠 66편의 시를 수록했다. 시집 말미엔 18쪽에 걸쳐 오연경 문학평론가의 해설 ‘뼈를 더듬어 저녁의 감정을 계산하다’를, 표4에는 이재훈 시인의 추천사를 실었다.
김대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삶, 그 이면을 사유했다. 시집을 관통하는 주요 시어로 ‘세월’, ‘인생’, ‘시간’, ‘반복’, ‘죽음’, ‘슬픔’, ‘온도’ 등이 눈에 띄는데 이는 김대호 시인이 천착해온 삶과 죽음에 대한 실감이다.
“당신을 완전히 이해하면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기에/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낮과 밤을 설명해야 하고/너무 쉽고 뻔해서 일부러 길을 우회하는 행로를 설명해야 한다(중략)설명의 의미를 눈치챘다 해도 우리는 멈출 수 없지/기도해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지루한 기도를 멈추지 않듯이(중략)어디까지 설명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문득 노안이 와서 당신이 아득하게 보일 때도 내가 당신을/어디까지 설명하다가 말았는지 기억나지 않았어(후략)”
김대호 시인의 시 ‘당신을 설명하다’ 부분이다.
시인의 말을 통해서는 “나는 너다/많은 세월이 흐른 후/나는 문장을 수정했다/너는 나다”라고 했다.
오연경 평론가는 “김대호의 시에는 견디기 힘든 생활과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팽배하지만 그의 불가능한 계산법은 끝내 우리를 저 어둠의 온기와 활기로 데려다 놓는다. 시인의 계산법은 어떤 정답도 도출해내지 못할 테지만 그가 첫 시집에서 착실하게 빼고 더하고 곱하고 나눈 시 쓰기의 마지막 줄에는 아름답고 희미한 주소가 어른거린다. 우리는 이제 시집을 덮고 일어나 김대호 시인이 등록한 ‘이후의 주소’에서 ‘푸른 저녁’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재훈 시인은 “시인은 태어나는 순간 무덤으로 완성되는 글자의 운명을 시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종이의 재질은 고요(고요의 반경)’라는 구절에서 보듯, 쓴느 자의 운명과 언어를 매만지는 시인의 자의식이 충만하다. 어떤 언어에 시인은 힘을 얻을까. ‘식물은 한 계절이 평생’이지만, 시인은 ‘평생을 한 계절에 압축(질문)’하려는 자가 아니던가. 평생을 시로 견디겠다는 시인의 질문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했다.
김천 출신으로 봉산면 신암리에서 ‘시남’ 커피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대호 시인은 2012년 시산맥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수주문학상, 2019년 천강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