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못말리는 소신 시선집중, 朴 친이인사와 교분, 鄭 침묵 끝내고 워밍업
18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눈에 띄는 활동으로 주목받는 지도자급 인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발표하면서 당 내외의 집중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친이계 인사들과도 교분을 트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재기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정두언 의원도 가을 정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세 정치인의 3인3색 최신 행보의 비밀을 따라가봤다.
1.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홍반장’으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최측근인 정두언 의원이 지난 6월 서로 충돌을 일으켰을 때 양쪽 모두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로 군기반장' 역할을 한 것이 그에게 그러한 별칭이 붙게 했다.
최근 종횡무진 당 안팎을 누비며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홍 원내대표의 광폭행보와 관련 한나라당 안팎에선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교차한다.
홍 원내대표는 또한 최근 연말 인적 개편론을 줄기차게 반복해서 주장해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9월8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공약한 것을 지키기 위해 연말에 내각과 여권의 진용을 재배치해 나머지 4년의 추진 동력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각이나 청와대 비서진이나 정부 여당 전체에 국민이 신뢰를 가질 만한 분들로 채워져야 한다"며 "국민이 보기에 감동을 줄 만한 인사도 몇 명 배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세세한 부분까지 방향을 제시했다.
못말리는 홍준표
연말 인적 개편론 줄기차게 주장
박희태 대표 제동에도 소신 발언
내각개편 가공할 만한 폭발력 가져
청와대 다녀온 뒤 주장…뭔가 있나?
홍 원내대표는 9월10일 MBC라디오에 출연, "연말이 되면 내각과 청와대 등에서 인재 재배치 절차가 있어야 한다"며 내각 개편론을 다시 꺼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교감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비켜갔다. 사회자가 ‘대답하지 않으면 긍정으로 읽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지만 역시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묘한 뉘앙스가 담긴 얘기였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잇단 ‘연말 여권 대개편론’ 주장은 곧바로 제동이 걸렸다. 박희태 대표가 “지금은 그런 걸 말할 시기가 아니다”고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잠시 주춤해진 상태.
그러나 홍 원내대표가 꺼내든 연말 여권 대개편론이란 카드 자체가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갖는 이슈라는 점에서 ‘공론화 시점’을 둘러싼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 간 논쟁이 추후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당내에서는 일단 박 대표의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9월11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초기의 문제가 정돈되고 조율된 정책들이 시행되는 단계로,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문제를 불러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며 "경제를 살리는 데 있어 내각 개편만이 필수적인 방법이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도 "연말 개편론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고, 청와대 내에서도 현 시점의 연말 개편 공론화에 부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일부 원내부대표들은 "벌써 개각 얘기가 나오면 정부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며 홍 원내대표에게 더 이상 연말 개편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홍 원내대표의 연말개편 언급이 그 직후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의 교감’을 근거에 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동시에 홍 원내대표 스스로 내각은 국회의 통제를 받고, 그러한 국회의 중심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서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여권 개편에 대한 모멘텀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홍 원내대표는 문국현·김재윤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로 정치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문국현 의원의 경우 선거법 위반 시효가 10월9일에 끝나기 때문에 굳이 체포동의안 처리를 추진할 필요는 없지만 김재윤 의원 구속동의안은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민주당도 당혹스러울 것”이람 “김재윤 의원 구속동의안은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표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은 72시간이 지났다고 하여 폐기되는 게 아니라 18대 국회 임기 내내 계류되는 것이다. 12월9일 정기국회 기간 만료일까지는 꼭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2005년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72시간 내에 표결하도록 152명의 이름으로 법안을 통과시켰으면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9월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구속 수사원칙을 밝힌 김형오 국회의장이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하자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으면 체포동의안을 직권상정할지 말지 할 권한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모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불구속 수사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하는 듯한 발언은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며 옳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다가 김형오 국회의장과 체포동의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듯 지난 9일 “국회는 소도가 아니고, 범죄 피난처가 아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어제(8일) 오전 11시 30분에 체포동의안은 (보고 이후) 72시간 후 자동폐기가 아니라 12월9일까지 안건으로 살아 있고, 언제라도 상정할 수 있다고 내게 말했으며 이를 언론에 말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더 이상 범죄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때는 여야 합의로 상정하거나 직권상정을 하는 관례를 없애고, 자동상정 조항 신설을 포함하는 한나라당 국회법 개혁법안을 추석 이후 국회에 제출하겠다”면서 “동의안이 들어오면 바로 자동표결이 돼서 표결절차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 관리와 수시로 변하는 민감한 여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신과 가까운 재선 및 초선의원 6~7명에게 홍보와 언론 관련 정책 자문을 받기로 하는 등 언론과 여론 동향에 보다 더 세심하게 대응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를 소통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여러 가지 사진을 올리거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식이다.
아울러 박 전 대표는 진정한 내 사람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전 대표를 만난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사람공부 많이 했다면서 진짜 자기 사람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알게 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다음 승부를 앞두고 진정한 내 사람 찾기에 나선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과거와 달리 주변 사람들의 진정성을 가리는 등 상당히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기색이다.
확 달라진 박근혜
“나에게 오고픈 사람 다 오시오!”
진정한 내 사람 만들기에 몰입중
친이계·중립 인사와 접촉면 넓혀
박근혜 쪽으로 옮기는 사람 늘어
박 전 대표는 요즘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 활동에 몰두중이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을 만나는 것과 함께 소속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준비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젊은 교수들을 소개받아 보건복지위와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권 힘겨루기 같은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희태 대표 취임 후 부활한 당내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첫 회의만 참석한 뒤 계속 불참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당직도, 당무도 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참석을 하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고 현안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박 전 대표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만남을 통해 국가 지도자가 먼 미래를 보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친박계 모임 결성 등 계파 모임 만들기에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친이계와 중립계 인사들과는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초선의 권영진 의원,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김성식·윤석용 의원 등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최근엔 김세연·장제원,·현기환 의원 등 부산 출신의 중립 성향 의원들과도 만났으며,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친이계나 중립 성향의 의원들의 요청으로 자리를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인사나 하자는 차원이었고, 정치적인 의미를 담은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스타일을 고집하다 당내 인사들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해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었음을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친이 진영의 구심력이 약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외연 확대를 하기에 좋은 정치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측도 요란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차기를 대비해 우군 또는 예비 우군들을 미리 챙겨두자는 전략이다. 만나는 대상도 자신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또는 새로운 지지기반으로 떠오른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9월7일 OBS ‘정한용의 명불허전’에 출연해 “지난 경선 때 이명박, 박근혜계로 계파가 나눠졌는데 요즘 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옮기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밝혔다.
총선 공천 당시 당 주류(친이계) 인사들과 친분을 과시했던 일부 초선 의원들도 박 전 대표의 측근이자 중진인 김무성·허태열 의원과 저녁식사를 하는 등 자리를 같이 해 어울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다음 대선을 위해 당내 접촉면을 늘려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행보는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듯하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상대방의 요청이 있었을 때만 조용히 만나는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취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기반 지역이자 텃밭인 대구 지역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9월4일 대구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모임에는 홍사덕·박종근·이해봉·조원진 의원 등 복당파 의원 4명이 전원 참석했고 서상기 대구시당위원장과 유승민·이명규·주성영·배영식 의원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모임이 끝난 뒤 현지 기자들에게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모두가 앞장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면서 “앞으로도 자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일에는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대구지역 의원 8명과 만찬을 가졌다. 박 전 대표는 지역의 은혜를 입고 당선된 사람들인 만큼 대구 경제를 살리고 발전시킬 책무를 쥐고 있다며 지역 발전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구지역 경제현안을 다루는 전문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임에 대한 강한 열의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구·경북을 확고히 자신의 지지 기반으로 묶어두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당내 비주류란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외부 활동을 자제해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중도성향 초선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 정중동(靜中動) 행보다. 박 전 대표는 먼저 연락을 하기보다는 의원들로부터 "한번 만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약속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올 초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거푸 ‘갈등’을 빚은 뒤 한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치 행보를 자제해오던 정 의원은 지난 8월26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북한 나무심기, 이제 시간이 없다’ 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개회사를 하는 등 본격적인 재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조심조심 정두언
이상득 의원과 갈등 빚은 후 침묵
잠수 끝내고 정치활동 본격 재개
“시어머니 역할 하겠다” 밝혀 눈길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소문도
그는 이날 인사말에서 “나무 심기 사업이 새로운 경협 모델이나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나무 심기 사업을 주도하는 민간 부문과 이를 뒷받침 하는 정부 사이에서 ‘시어머니’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엔 정치권 인사 등 200여 명이 몰려들어 그의 힘이 여전함을 입증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축사에서 “정 의원이 통일 대통령이 되려 하느냐”고 덕담을 하는 등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의도 일각에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갈등으로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정 의원이 동료의원들에게도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한 정치부 기자에 따르면 “여당의 K의원과 오찬 도중 그의 휴대폰 벨이 울리길래 화면을 살짝 엿봤더니 발신자가 정두언 의원이었다”면서 “그러나 K의원은 정 의원의 전화를 받지 않고 따돌렸다”는 것.
전화가 걸려온 날은 정 의원이 북한 소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하던 날이었는데, 이날 행사 참석을 요청한 전화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K의원이 이를 무시했다는 것.
취재 / 손창섭 기자 doppazetta@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