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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발전 30년, 세계를 넘어서다

홍길동 기자 입력 2010.07.29 10:24 수정 2008.09.30 06:21

울진원자력본부장 박현택 본부장 특별 기고

↑↑ 박현택 울진원자력 본부장
ⓒ 브레이크뉴스 대구.경북
, 1971년 3월19일, 온 국민의 이목이 경남 양산의 작은 마을인 고리에 집중되었다. 고리 주민을 포함하여 그 마을에 운집한 1만여 명의 사람 들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제3의 불’ 원자력의 불씨가 지펴진 기점이 된 고리 원자력 1호기의 기동식이 있었던 것이다.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30년이 지난 현재 20기의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국내 전체 생산량의 40%에 이르고 있고 8기의 원전이 추가로 건설 중에 있다. 건설과 운영을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도입 초기의 걸음마 단계에서 세계 제 6위의 원자력발전 강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사람 나이 30세를 ‘이립(而立)’이라 한다. “30세가 되어서야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에서 유래된 말이다. 3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산업도 기술이 확립된 ‘而立’의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최우수 수준의 원자력발전소 운영능력 보유, 우수한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랑하는 한국표준형 원전과 한층 진일보된 신형 원자로 APR1400의 개발 등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원자력발전소 운영능력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지표인 이용률은 발전소가 해당 기간 동안 최대출력으로 정지 없이 가동되었을 때를 100%로 보고 실제 운전실적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 원전의 평균 이용률은 세계 평균 79.5%를 훨씬 상회하는 9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1998년 이후 발전소 고장정지 또한 연간 호기 당 평균 1회에도 미치지 않는 우수한 운영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는 대용량 발전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금년 7,8월의 혹서기에도 울진 원자력 본부의 6기를 비롯한 20기의 전체 원전이 단 한번의 고장정지도 없이 안전하게 운영됨으로써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크게 기여하였다.

고리 1호기 이후 축적된 원전 기술의 바탕 위에 1980년대 초부터 추진된 원전 표준화사업에 의한 기술자립을 통해 개발된 한국표준형원전은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여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미국의 원전보다도 고장이나 사고 위험을 크게 감소시킴으로써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한국표준형원전 설계는 울진 3,4호기에 최초로 적용되었으며 이어서 울진 5,6호기 및 영광 5,6호기가 같은 모델로 건설되었다.

한국표준형원전의 성공적인 정착에 힘입어 국내 산학연의 공동연구로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신형 경수로(APR1400)는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물론 발전용량이 기존의 100만kW에서 140만kW로 대폭 증가하였으며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길어져 경제성도 크게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PR1400 설계가 최초로 적용되는 원전은 지난 2007년 9월 착공한 신고리 3,4호기이며, 2009년 착공 예정인 신울진 1,2호기도 동 설계로 건설될 예정이다. 또한 최신예 제3세대 원전 모델인 APR1400은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는 세계 원자력 발전시장에서 다른 선진국들의 원전 기종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상품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13년부터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하는‘발리 로드맵’을 채택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3년도부터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현재의 산업 개발이나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 추세를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무한하고 청정한 에너지라는 장점을 지닌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이들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기술개발과 투자를 꾸준히 해야 하기는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는 기존의 에너지에 비해서 너무나 비싸다. 한전이 2007년에 구입한 발전원별 평균단가를 보면 원자력이 kWh당 39원인데 비해 태양광은 677원, 풍력은 108원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은 에너지 밀도가 너무 낮아 현대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 줄 수 없다는 한계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더불어 본격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도 대를 이어 사용해야 할 소중한 자원인 화석연료는 최대한 아껴 가면서 원자력을 이용한 수소 에너지 생산, 그리고 나아가서는 연료 고갈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방사성 폐기물도 발생하지 않는 꿈의 에너지인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될 때까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인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한 이용을 지속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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