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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길 유방 갑상선 외과장 |
ⓒ 김천신문 |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마음이 불안하다. 유전된다는데 어느 정도인지, 나 때문에 딸이나 아들이 암에 걸린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나 언니가 유방암으로 진단받으면 더욱 불안하다.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이 10% 이내이고, 진단과 치료방법이 발전해 정기검진만 잘 받는다면 걱정이 필요 없다. 필자가 대학에 근무하던 시절 20~30대 여성이 유방암 진단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몇몇 환자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파혼당하는 걸 보기도 했고,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힘들게 치료하는 과정을 보는 내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힘든 사람은 어머니였을 것이다. 본인이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유방암의 특징과 예후를 설명하며 안심을 시키려 해도 유전에 관한 자료는 외국 데이터만 있던 시절이라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한국인에 대한 유방암 관련 연구자료가 발표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받은 질문과 걱정을 ‘한국산’자료를 토대로 답을 해보자.
Q. 엄마가 유방암에 걸리면 딸도 환자가 될 위험이 큰가요?
A. 유전되는 경우는 5~10%입니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위험이 2배 정도 높다.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가족 수가 많거나, 평균보다 젊은 나이에 진단되는 경우에 그 위험이 크다. 4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둔 딸이 6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둔 딸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핵심은 ‘유전’만이 원인은 아니다! 유방암의 원인은‘유전’과 ‘생활환경’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5~10%를 차지한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 유방암의 위험성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유전성 유방암은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머니는 난소암, 이모는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어 유전자검사를 받았고 BRCA(BReast CAncer gene: 브라카) 유전자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물론 현재는 유방절제술을 바로 권하진 않고 다양한 관리 방법을 협의하고 있다. 본래 BRCA 유전자는 암으로 변할 수 있는 손상된 DNA를 고치는 역할을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길 경우(약 400명 중 1명의 확률) 유방암을 막아줄 수 있는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50% 확률로 남녀 구분 없이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어 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유전자 이상이 있는 이런 경우는 전체 한국인 유방암 중 5~10% 정도 해당된다.
Q.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유방암 환자가 있으면 유전될 확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A. 10% 미만입니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방암은‘유전성 유방암’과 ‘가족성 유방암’으로 나뉜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변이를 물려받은 것으로, 평생에 걸쳐 유방암 발생가능성이 70~80%이다. 자기 나이가 유방암 발생확률이라 생각하면 된다. 유방암 외에 난소암, 남자의 경우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른 암의 위험성도 올라간다. 하지만 전체 유방암 중 10% 미만이다.
가족성 유방암은 유전적 원인 없이 가족이 공유하는 생활환경적 요인으로 발생되는 경우이며, 전체 유방암 중 15% 정도가 해당된다. 이런 유전자 문제나 가족의 생활환경을 고려해도 부모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유방암은 25% 미만이다.
이런 연구를 종합해보면, 유방암 원인은 유전적 특성보다 사회환경적 원인이 크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는 선진국형 암의 예가 유방암이니, 앞으로 증가하는 유방암의 원인은 대부분 환경요인일 것이다. 유전자 문제로 발생 되는 경우 젊은 나이에 나타나거나 악성도가 높은 유방암이 생길 수 있어, 건강보험에서 기준을 정하고 유전자 검사를 국가보험으로 일부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