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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고 - 유월에 띄우는 편지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3.06.01 13:33 수정 2023.06.01 01:33

박국천 (전) 객원기자 협의회장

ⓒ 김천신문
해마다 녹음 짙은 유월이 오면 가슴에 묻어둔 영령들의 이름 그려봅니다.

어느 전선 어느 고지에서 이슬처럼 산화(散華)해간 영령들의 한(恨)스런 이름 불러봅니다.

꽃이진 자리에 또다시 새 생명이 태어나듯이, 오고 가는 세월의 순환 속에 그대들도 다녀가시겠지요. 모습 보여주지 않아도 눈부신 햇살로와 열매를 익게 하시고 푸른 산그늘 실바람으로 와 땀방울 식혀주고 가실 이여! 슬픔은 가슴에 고이 묻고 이슬처럼 빛나게 간직하렵니다.

어둠을 털고 일어나 아침을 맞는 풀잎같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영령들의 그 충정 새기며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가렵니다.

“조국”을 가슴에 안고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았든 낙동강 전선에서 융단 포격이 진행되든 왜관 전투에서 뺏고 빼앗기던 펀치볼 전투 및 백마고지 전투에서 포연 속을 헤쳐온 영령들의 뜨거운 피가 가슴에서 가슴으로 도도히 흘러갑니다.

애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몸으로 보여주고 가신 영령들이여! 비바람 거셀수록 뿌리 더욱 깊어지는 나무처럼 반만년 역사의 소용돌이 칠 때마다 온몸을 던진 충정은 용광로보다 뜨거웠습니다.

영령들은 가셨지만, 영원히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 빛나는 호국정신은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영령들이 있었기에 지금 조국의 산야는 녹음이 우거지고 열매가 풍성하며 나날이 윤택해져 가는 것은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우리 또한 조국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모습 보이지 않아도 목숨다 하는 날까지 함께하실 영령들이여! 눈은 뜨면 슬프도록 맑고 푸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상혼을 말끔히 치유하고 우뚝 일어서서 경제 대국에서 문화 대국으로 나아가는 힘찬 박동 소리 들립니까?

어제는 영령들의 몫이었지만, 오늘 그리고 내일은 우리가 짊어지고 나가겠습니다. 그대들이 닦으신 길 탄탄대로가 되도록 세계 속으로 길을 내겠습니다. 이제 편히 쉬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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