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탑승 중 버스기사로부터 마스크 착용과 통화 자제를 요청받자 해당 기사를 협박한 50대 승객이 5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1단독(부장판사 전기흥)은 운행중인 버스기사 A씨를 협박한 B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 565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9월 자정 무렵 경기 부천에서 고양 방면으로 광역버스를 운전하던 20대 버스기사 A씨는 50대 승객 B씨와 실랑이를 벌이게 됐다.
A씨에 따르면, 마스크를 ‘턱스크’(코와 입을 가리지 않고 턱에 걸쳐 착용하는 것) 상태로 착용한 B씨가 버스에 오르더니 10분 가량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했다. A씨가 B씨에게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고 통화 자제를 요청하자 B씨는 거친 욕설과 함께 손에 쥐고 있던 종이뭉치로 때릴 듯 위협하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112 신고로 경찰을 불렀다. B씨는 이 일로 인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한편 A씨는 이 사건 이후 승객들과 눈을 마주치기 어려워지는 등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병가휴직을 냈다. 복직 이후에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자 버스회사에서는 권고사직을 종용해 결국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A씨는 B씨의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받아내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소송 도중 사실관계부터 다퉜다. 그는 “당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고, 버스안에서 통화를 하더라도 버스 운행에는 방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버스기사 A씨가 고압적으로 명령하듯이 통화종료를 지시해 다툼이 발생했다며 A씨의 신경정신과적 병증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A씨는 버스 안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을 확보해 B씨의 턱스크 상태를 증명하는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사건발생 이전에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사실이 일절 없음을 밝혔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치료비 100만원 전액, 병가사용으로 인한 상실수익 165만원 전액을 인용하고, 위자료는 청구금액 8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을 인용했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코로나 시절 버스기사는 극한직업이었다는 사실이 이 사건으로 드러났다”며 “수많은 승객을 나르는 버스기사를 위협하는 것은 대중에 대한 살인미수와도 같고,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