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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음악 행사

청암사 못 잊어 인현왕후 다시 찾아와

김천신문 기자 입력 2024.10.07 09:30 수정 2024.10.10 09:30

제8회 인현왕후 복위 재현 및 축하음악회 열어

“이제야, 내가 환위하고서도 전보다 갑절이나 간절히 밤낮없이 운 스님, 적 스님과 같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옷과 발우를 다 팔아서 신령한 절을 중창하고, 축원하는 전각을 새로 지으셨다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저를 위해 마음 쓰심과 제가 스님을 위해 은혜에 감사함은 다른 이가 말할 바가 아니겠지요. 그래서 스님들께 비녀와 잔과 신 3가지를 신표로 바꾸어 보내드립니다.”







청암사에 숨어 고난을 극복했던 인현왕후가 복위돼 입궐한 후 청암사로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청암사는 장희빈의 간계로 폐위되었던 인현왕후가 기도 수행, 복위 소원을 이룬 원찰이다. 10월 6일 청암사에서 조선 숙종의 왕비 인현왕후가 폐위 중 3년 간을 숨어 기도한 끝에 복위돼 간 광경을 재현, 기념하는 의식과 음악회가 열렸다.


김천시가 주최하고 청암사가 주관한 이 연례행사는 올해로 제8회를 맞았다. 이날의 행사는 김충섭 김천시장과 청암사 상덕 주지스님, 최병근 경북도의원, 박미정 김천시홍보실장, 전정식 신도회장, 민경탁 여흥민씨대종회 운영위원, 민경일 여흥민씨김천지부 사무국장 외에 많은 관람객이 참석하여 초가을 보광전 앞에서 복위 광경을 재현했다.


낙엽이 물들어가는 경치 속의 청암사 죽반소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많은 관람객들은 인현왕후 복위 광경 재현을 신기한 듯 관람했다. 행사 첫머리에서 상덕 주지스님은, 인현왕후는 어머니의 외가와 청암사와의 연분으로 인하여 본 사찰의 극락전에 머물면서 기도와 원력을 통해 고난을 극복했다는 행장을 소개했다. 청암사 보광전이 그 기도 현장이다.


2부 축하음악공연은 대웅전 앞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청암사를 소재로 한 가곡 “바위 푸른 청암사”(민빛솔 작사, 임주섭 작곡)을 테너 차경훈(대구교대 교수)가 열창을 해 절 마당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김천 감문 은림리의 고고장구 팀 연주와 민요 “김천아리랑”이 김정숙 명창 팀 합창으로 천년 사찰 청암사의 가을을 물들였다. 마지막 순서는 초청가수 김태곤의 무대. 김 가수는 여느 가수와 달리 자기 노래 중간중간에 인현왕후와 청암사와의 인연 스토리텔링을 섞어 넣어 관객들로부터 특별한 이목을 받았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는데도 마지막 순서는 김태곤 가수의 인기곡 “망부석”을 출연자와 스님들과 관객 모두가 어우러져 부르며 춤판으로 장식했다.

지자체 김천시는 청암사 일대와 무흘구곡을 연결한 인현왕후둘레길에 더욱 전국의 많은 트래킹 및 힐링, 산책객을 모으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인현왕후둘레길은 김천의 대표적인 테마관광 코스의 하나다. 2018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둘레길로 선정된 바 있다.

역사에 의하면 청암사에서 궁궐로 올라간 인현왕후는 한 달 정도 밖에서 머물다가 숙종의 독촉으로 입궐, 진다례식을 갖고 정식 복위됐다. 왕후는 궁궐에 들어간 후 청암사를 결코 못 잊어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가 청암사 백련암에서 발굴되어 원본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복사본을 만들어 인현왕후 둘레길 용추폭포 입구에 금속활자로 형상화해 놓아 누구나 그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게끔 꾸며놨다. 전국의 많은 관광객 발길을 모으고 있다.


숙종과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관계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막심했나 보다. 조선왕조를 통틀어 당파 간의 정권 다툼이 가장 심했던 시기라고 역사학자들은 평한다. 숙종은 열네 살에 즉위해 친정(親政)하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계속된 사회 혼란을 수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려 애쓴 왕이다. 가정 예절서 『가례원류』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숙종 때에 나왔다. 『가례원류』는 원래 유계와 윤선거가 지은 것인데 뒤에 윤선거의 아들 윤증이 증보 발간했다. 윤증은 윤석열 대통령의 선조다. 나라에서 판서, 찬성, 우의정까지 벼슬을 내렸으나 모두 사양한 인물로 알려진다.


이날은 330년 전의 인현왕후가 청암사에 다시 찾아온 분위기였다. 스님들은 환호했다. 옷을 적실 듯 말 듯 내리는 초가을비를 가볍게 맞으며 관객들은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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